박근혜 대통령 탄핵사건을 심판 중인 헌법재판소는 27일 대통령 측과 소추위원 측에 증인신청서를 30일까지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현재까지 소추위원 측은 28명을, 대통령 측은 4명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공통된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씨 등 3명만이 우선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다.
헌재가 증인신청서에 증인의 주소·연락처는 물론 신문사항, 신문에 소요될 시간까지 적어 내도록 명하자 양측에서는 약간의 웅성거림이 있었다. 공개변론 과정에서 증인에게 무엇을 얼마나 물을 것인지는 효과적인 입증·반박과 직결된 민감한 전략이기 때문이었다. 12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파면을 요구하던 소추위원 측은 피청구인 대리인 측에 서면으로 신문사항이 사전 노출되는 것에 극명히 반발했었다.
당시 노 전 대통령 측이 신속한 심리를 내세우며 질문 목록을 미리 제시해 달라 했지만 소추위원 측은 “형사재판에서 검사가 신문할 때 신문사항을 변호인 측에 배부하지 않는 게 관행”이라며 맞섰다. 요구가 거세더라도 헌재에만 제출하고, 그것도 공개변론 당일 제출하는 식으로 나름의 방책을 세우기도 했다.
이에 헌재가 “꼭 기습으로 해야 하느냐”며 “허심탄회하게 묻고 대답하는 과정에서 진실을 발견해야 한다”고 타이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소추위원 측은 “신문사항을 미리 제출하는 것은 재판부의 증거심리를 돕기 위한 것”이라며 “변호인의 방어권은 반대신문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박영수 특별검사도 “시험 보기 전에 답안지를 보여줄 수 없다”며 박 대통령을 조사하더라도 서면이 아닌 대면 형식으로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었다. 여러 질문을 한꺼번에 내보이면 추궁 의도가 읽히고, 답변에 따라 다른 질문을 던져 모순을 끌어내는 등의 신문 기법을 활용하지 못하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탄핵심판에서도 ‘세월호 7시간’ 등 미궁에 빠진 사실관계들이 많은 터라 신문사항의 노출을 둘러싸고 양측이 팽팽히 맞설 전망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증인 채택·질문 목록 제시 놓고 탄핵심판 소추위원-朴측 ‘팽팽’
입력 2016-12-29 0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