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특검 ‘정상적 합병 불가’ 판단, 점점 더 코너로 몰리는 이재용

입력 2016-12-29 04:09
삼성물산 합병 찬성 결정을 위해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이 드러나면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 방향은 이제 합병의 최대 수혜자인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향하고 있다.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그룹의 뇌물죄를 염두에 두고 퍼즐을 맞춰나가고 있다.

지난해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승계의 첫 단추였다. 그룹 내 지주회사격인 삼성물산 주식을 한 주도 갖지 못했던 이 부회장이 단숨에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을 위해 합병 당시 삼성물산의 가치가 낮게 책정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제기된 의혹에 부인으로 일관해 왔다. 지난 6일 열린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양사의 합병이 무슨 제 승계나 이런 쪽과는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삼성물산 가치가 낮게 책정됐다는 지적에는 “저희가 임의로 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법으로) 정해져 있는 걸로 안다”고 반박했다.

특검은 삼성물산 합병이 정상적인 절차로는 성사될 수 없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 낮게 책정된 합병 비율을 감수하면서까지 찬성표를 던질 이유가 없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이 사전 시나리오를 짜면서까지 작전을 펼친 것은 삼성과 정부 간 모종의 거래를 배제하고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특히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보건복지부를 통해 국민연금을 압박했다는 정황이 당시 찬성 결정에 참여했던 국민연금 간부들의 진술로 확인되는 중이다.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과 최순실씨 일가를 지원하는 대가로 청와대로부터 삼성물산 합병 특혜를 받아낸 것으로 확인되면 이 부회장에게는 뇌물공여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 특검으로부터 출국금지 조치를 당한 이 부회장은 “박 대통령과의 독대는 삼성물산 합병 이후 이뤄졌다”며 의혹을 부인하는 중이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