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보수신당 이혜훈 의원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악연(惡緣)이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게 됐다. 국정농단의 주범 최순실씨 문제가 발단이 됐다. 이 의원은 조 장관이 최씨와 친분이 있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고 주장했고, 조 장관은 ‘명예훼손’이라며 고소했다.
이 의원은 2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재벌 사모님들이 ‘나한테 최순실을 여왕님 모시듯 데리고 온 사람이 조윤선 장관인데 어떻게 모를 수 있느냐’고 말했다는 제보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제보 전화가 오기도 하고, 다른 국회의원에게도 비슷한 제보들이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잃을 게 많아서 증언이 어려운 분들”이라고 제보자 신원은 밝히지 않았다. 조 장관은 그동안 최씨를 직접 만나거나 통화한 적도 없다고 주장해왔는데, 이를 반박하는 제보가 많다는 주장이다.
조 장관은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이 의원 발언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익명 뒤에 숨지 말고 제보자의 실명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조 장관은 오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전체회의에 출석해서도 “근거 없이 음해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어 법적 조치를 취했고, 고소장이 접수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 서울 서초갑 후보 공천에서 한 차례 맞붙었다. 당시 경선이 본선보다 치열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같은 날 나란히 출사표를 던졌고, 공천 면접장에서는 나란히 앉아달라는 기자들의 요청도 거부하며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 의원은 최종 평가에서 간발의 차로 조 장관을 눌렀다. 여론조사 경선 득표 차는 10여표에 불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처음부터 사이가 나쁘지는 않았다. 두 사람은 모두 친박(친박근혜) 인사였다. 2012년 총선 당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중앙선대위원장을 맡으며 이 의원을 종합상황실장, 조 장관을 대변인으로 임명했다. 18대 대선 때도 이 의원은 중앙선거대책부위원장, 조 장관은 대변인을 맡으며 호흡을 맞췄다. 이 의원은 서울대 경제학과 82학번, 조 장관은 외교학과 84학번으로 선후배 사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산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한배 탔던 두 여인, 원수로
입력 2016-12-29 0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