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얼굴없는 천사’ 올해도 찾아왔다

입력 2016-12-28 18:40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 직원들이 28일 ‘얼굴 없는 천사’가 보내온 상자를 열어 현금과 동전 등을 확인하고 있다. 전주시 제공

전북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와 세밑을 환하게 비췄다. 그는 2000년 첫 성금을 기부한 이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17년째 몰래 온정을 베풀고 있다.

전주시는 28일 “오전 11시8분쯤 노송동주민센터에 한 남성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고, 직원들이 그가 말한 현장에서 A4용지 상자를 수거했다”고 밝혔다.

주민센터 직원 3∼4명이 급히 달려 나가 인근 천사공원 내 숲을 살펴보니 A4복사 용지 상자가 놓여 있었다. 전화를 받은 직원 정세현(48)씨는 “50대로 보이는 남성이 ‘주민센터 뒤 공원에 돈을 놓았으니 소년소녀가장을 위해 써 달라'는 말만 하고 다급히 전화를 끊었다”고 말했다.

상자 안에는 5만원권과 1만원권 지폐 다발, 동전이 들어 있는 돼지저금통이 있었다. 금액은 모두 5021만7940원. 안쪽에는 “소년소녀가장 여러분 힘든 한 해였지만 우리에게는 희망이라는 선물이 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적은 쪽지도 있었다.

‘얼굴 없는 천사’는 2000년 4월 초등학생을 통해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주민센터에 보내온 이후 해마다 연말이면 수백만∼수천만원의 성금을 보내오고 있다. 그가 18차례에 걸쳐 이날까지 기부한 금액은 모두 4억9785만9500원이다. 이 천사의 신원은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으나 그와 그 가족의 선행은 전국 각지로 번져 ‘기부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