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6일(현지시간) 태평양전쟁 전사자들이 잠든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의 태평양국립묘지(펀치볼 묘지)를 찾아 묵념하면서 진주만 방문 첫날 일정을 시작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일본 총리가 하와이를 찾은 것은 2011년 11월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 이후 처음이다.
아베 총리는 이후 진주만 공습 당시 전사한 일본군과 일본계 이민자가 묻혀 있는 일본인 묘지, 2001년 하와이에서 벌어진 우와지마수산고 실습선 에히메마루호 침몰 사고 희생자 위령비, 미국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을 잇따라 들러 애도의 뜻을 표했다.
늦은 오후에는 호놀룰루 시내에서 일본 교포들과 간담회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아베 총리는 “내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진주만을 방문해 미·일 양국과 전 세계에 ‘위령과 화해의 힘’을 보여줄 것”이라며 “미·일은 희망의 동맹”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방문에는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도 함께했다.
방문 이튿날인 27일에는 다음달 퇴임을 앞둔 오바마 대통령과 마지막 정상회담을 갖는다. 오후에는 2차대전 당시 진주만 공습으로 침몰한 미 전함 애리조나호 승무원을 추모하는 애리조나기념관에서 양국 정상이 함께 희생자의 넋을 기린다.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다시는 전쟁의 참화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소감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을 두고 “미국이 아닌 2차대전 아시아 피해국에 먼저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은 “진주만을 한번 방문하는 것으로 역사를 청산하려 한다면 일방적인 생각”이라며 “전쟁에서 큰 희생을 치른 중국 등 아시아 국가와 화해가 없다면 역사를 단 한 페이지도 넘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아베 “美·日은 희망의 동맹”
입력 2016-12-27 2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