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권 없애고 금융세 검토… ‘검은돈 잡기’ 모디의 승부수

입력 2016-12-28 00:00

지난달 기습적으로 화폐개혁을 단행한 나렌드라 모디(사진) 인도 총리가 또 하나의 ‘깜짝쇼’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득세 폐지와 금융거래세 신설, 차명이나 불법자금으로 구매한 자산 색출이 현재 유력하게 예상되는 새 카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모디 총리가 전격적인 화폐개혁에 따른 혼란에도 불구하고 ‘검은돈’과의 전쟁을 멈추지 않고 전선을 확대할 것이라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차명구매·불법자금에 의한 자산이 다음 타깃으로 거론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기존 고액권 500·1000루피(8900원·1만7800원) 사용을 중지시키고 신권으로 바꾸도록 한 화폐개혁이 지하경제의 검은돈을 끄집어내기 위한 조치였기 때문이다. 부정한 돈으로 산 부동산 등으로 칼날이 향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FT가 특히 주목한 다음 카드는 조세 징수 체계의 급진적인 변화다. 이번 화폐개혁 아이디어는 비정부기구 ‘아르타크란티(ArthaKranti)’가 모디 총리에게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타크란티는 현금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인도에서 현금 사용을 제한하고, 조세 체계를 금융거래세라는 단일 세제로 통폐합하자는 입장이다. 금융거래세는 모든 금융거래에 부과되는 세금(세율 2%)을 일컫는다.

화폐개혁 이후 구권은 대부분 회수됐지만 신권 공급 속도가 더뎌 현금 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현금 유통이 줄어든 것은 아르타크란티가 추구하는 비전의 토대에 해당한다. 앰빗캐피털 최고경영자(CEO) 사우라브 무케르제아는 “현금을 줄여 사람들을 은행 시스템으로 몰아넣고 모든 거래에 세금을 매기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도에선 소득세를 내는 사람이 125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에 불과하다. 소득세 같은 직접세보다는 부가가치세를 비롯한 간접세로 세수를 충당한다. 포브스 인도 편집장을 지낸 R 자가나탄은 “납세를 개인적인 판단과 협상의 대상으로 여기는 인도 문화에 소득세는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금융거래세는 브라질에서 1990년대부터 10년간 운용됐는데 결과적으로 세금이 금융거래를 저해한다는 부정적 평가 속에 폐지됐다. 하지만 지금 인도에선 이 아이디어가 저명한 요가 지도자 바바 람데브를 비롯한 영향력 있는 인사들을 사로잡고 있다.

모디 총리는 FT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 차점자(1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다. 그가 방심한 인도 기득권층을 급습하듯 단행한 화폐개혁은 거대한 정치 도박이다. 인도정부 자체 여론조사 결과 국민 92%가 이번 조치에 찬성한 것처럼 취지 자체는 나쁠 게 없다. 하지만 실행에 따른 혼란이 극심한 탓에 인도 안팎에선 준비가 부족한, 성급한 실험이라는 혹평도 나온다. 반면 단기적인 혼란과 희생이 불가피한 극약처방이며 중장기적으로는 세수 증대와 금융 시스템 개선을 가져올 것이란 낙관론도 적지 않다. 결국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성패가 드러날 전망이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