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물 검사를 엉터리로 하고 위조된 검사성적서를 발급한 업체들이 적발됐다. 아파트 물탱크, 시판되는 생수, 마을 공동 지하수 등에 위조 검사성적서가 발급됐다.
서울동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신성식)는 먹는물의 수질검사 결과를 조작한 혐의(먹는물관리법 위반 등)로 수질검사 업체 A사 상무 조모(40)씨 등 회사 관계자와 공무원 등 8명을 구속 기소하고,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모두 5곳의 업체가 위조 검사성적서를 발급했는데, 이 가운데 회사 책임이 있는 법인 2곳은 불구속 기소됐다.
이번에 적발된 업체 5곳은 2014년 6월부터 지난달까지 1만5200여 차례 검사성적서를 위조해 발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하수나 상수도 관리자가 의뢰한 검사였다. 이 업체들은 지난해 수도권 전체 수질검사의 67%를 수행했다. 수도권에서 이뤄진 수질검사 절반 이상이 엉터리였던 셈이다.
수질검사 의뢰를 받은 업체들은 해당 물을 직접 검사하지 않고 일반 수돗물로 대신 검사하거나 독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도록 실험 방법을 조작했다. 심지어 ‘부적합’인 검사성적서를 ‘적합’으로 바꾸기도 했다.
생수 제조업체 6곳도 위조 검사성적서를 받았다. 환경부가 다시 수질검사를 한 결과 업체 1곳이 사용하는 지하수원의 탁도가 기준치를 초과했다. 탁도는 물이 흐린 정도를 나타내는데 탁도가 높으면 그만큼 물 안에 부유물질이 많다는 뜻이다. 다만 정수·가공 절차를 거친 생수 제품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 나머지 4곳은 수질검사 결과 문제가 없었고, 또 다른 1곳은 문제가 된 지하수원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자신이 관리하는 지역의 수질이 부적합하다고 판정되면 업무가 늘어날 것을 우려해 수질검사 결과 위조를 요구한 공무원도 있었다. 강원도 영월군청에서 수질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이모(47)씨는 수질검사 업체에 직접 이메일을 보내 조작을 요구했다.
환경부는 위조된 검사성적서를 발급받은 저수조나 지하수 등의 수질을 다시 검사하고 있다. 아직 배탈 등 피해 사례는 접수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위조 검사성적서를 제출했다고 해서 수질에 문제가 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시간과 비용을 아끼기 위해 수질검사를 생략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먹는물을 관리하는 업체들은 환경부에서 지정한 업체 가운데 한 곳을 선택해 수질 검사를 의뢰해야 한다. 검찰은 수질검사 업체들이 수주 경쟁을 벌이면서 의뢰인과의 거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수질검사 결과를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이 수질검사 업체를 지정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개정하고 불법 행위를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글=김판 기자 pan@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먹는물’ 가지고 장난친 업자들
입력 2016-12-27 21:33 수정 2016-12-28 1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