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우려 엇갈리는 지역화폐 ‘강원상품권’

입력 2016-12-27 21:01
강원도가 내년 1월 1일부터 유통시킬 예정인 지역화폐 ‘강원상품권’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지역자금 유출방지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란 취지는 좋지만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강원도는 지난 23일 한국조폐공사에서 제작한 강원상품권을 납품받은 뒤 인계·인수를 마치는 등 본격 유통을 위한 모든 준비를 끝냈다.

이번에 납품받은 상품권은 5000원, 1만원, 5만원권 등 3종 25만8000장으로 30억원 규모다. 도는 내년 상반기에 250억원 규모를 추가 발행해 유통을 활성화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도는 상품권 발행으로 자금 유출방지 효과를 얻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는 2014년 한해 3조8000억원 규모의 지역자금이 수도권 등 외지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출발이 순탄치 않다. 상품권 유통이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상품권 가맹점이 476곳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27일 현재 상품권 가맹점은 지역별로 춘천 81곳, 화천 78곳, 영월 37곳, 강릉 36곳, 삼척 34곳 등이다. 특히 고성 9곳, 속초 8곳, 태백 7곳, 양구 5곳 등 10곳이 채 안되는 지역도 있다.

지역 경제인들로 구성된 강원경제단체연합회도 최근 이사회를 연 자리에서 가맹점 확보가 충분치 않다고 지적하고 강원도와 체결하기로 한 상품권 업무협약을 유보하기도 했다.

연합회는 강원도가 관급공사 비용 등을 강원상품권으로 지급하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가맹점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품권이 발행될 경우 대금 지급 불안과 하도급 업체로 상품권 밀어내기 등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화천과 양구 등 도내 8개 시·군에서 자체 발행하는 지역사랑상품권과 기능이 겹치는 부분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발행 21년을 맞은 화천상품권의 경우 올해 누적 발행액이 155억원을 넘어서는 등 도내 8개 시·군의 지역사랑상품권 판매 누적액이 1000억원을 돌파한 상황이다.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우리도 자체 예산을 들여 상품권을 발행해 사용하는 상황에서 강원도 상품권을 병행해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앞으로 광역 상품권보다 지역 상품권에 초점을 두고 행정을 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도 관계자는 “지난 12일부터 가맹점을 모집하는 등 사업 초기이기 때문에 가맹점이 모자란 것이 사실”이라며 “내년에 상품권이 유통되기 시작하면 가맹점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춘천=서승진 기자 sjse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