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 ‘개헌파’ 의원 69명이 초당적 토론회를 개최해 개헌 논의 공론화에 불을 댕겼다. 이들은 야권 개헌파를 중심으로 새누리당 탈당 세력인 개혁보수신당(가칭)과도 연대해 개헌을 고리로 한 정계개편까지 구상하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멀리 미국에서 개헌 찬성 입장을 피력했다. 개헌파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분위기다.
대표적 친노(친노무현) 인사인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27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미완의 촛불 시민혁명 어떻게 완결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얼마 남지 않은 대선 전에 개헌을 완성한다는 생각보다 대선에 나오는 분들 또는 각 정당이 개헌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발표하자”고 주장했다. 대선까지 시간이 촉박하니 각 대권 주자들이 개헌 방안을 발표하고 대선 후 개헌을 실행하자는 논리다. 김 전 의장은 이어 “정치권에 무리가 가는 일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개헌을 고리로 한 정치권의 합종연횡을 경계했다. 즉시 개헌에 반대하는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최근 주장과 맥을 같이하는 입장이다.
김 전 의장의 주장은 즉각 반박당했다. 김종인 전 대표는 김 전 의장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시간이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했다. 그는 “논의 기간이 짧다고 보지 않는다”며 “개헌을 마무리하고 차후 실현할 수 있는 조항을 달면 된다”고 덧붙였다. 김 전 대표는“개혁을 하려고 한다는데 무엇을 할 것인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문 전 대표 등 주류 진영의 ‘선 개혁, 후 개헌’ 주장을 강력 비판했다.
김 전 대표 등은 친문(친문재인) 진영과 각을 세우는 동시에 개헌연대의 연결고리를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 야권 개헌파인 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야권 대연합’을 통한 정권교체를 주장했다. 그는 “개헌을 즉각 논의해야 한다. 시행 시기는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도 토론회에서 “국회에서 토론회가 1년이면 수천 차례 열리지만 의원 69명이 공동 주최하는 토론회는 처음”이라며 “69명은 개인적으로 한 정당에서 같이 정치해보고 싶은 분”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단순히 헌법 개정을 논하는 일회성 모임으로 끝내지 말고 계속 손잡고 여러 가지 난관을 헤쳐나가자”며 연대 의사를 밝혔다.
반기문 총장도 개헌에 적극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 총장의 고향인 충북을 지역구로 둔 새누리당 경대수 박덕흠 이종배 의원은 지난 23일 미국에서 반 총장을 만났다. 반 총장은 이 자리에서 “1987년 만들어진 헌법이 현재 상황과 맞지 않아 개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반 총장은 개헌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조기 대선이 이뤄지면 시간이 없으니 차기 정부 초기에 개헌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특히 내각제 개헌 시 대선과 총선 시기를 맞추기 위해 다음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유연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이 의원이 전했다. 반 총장은 귀국 후 행보와 관련해선 “새누리당이 갈라졌지만 같은 보수이니 함께 아우르고 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말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 총장은 다음 달 중순 귀국해 현충원과 5·18민주묘지 등을 방문하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예방할 예정이다.
문동성 권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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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아래 뭉친 野 69명… 非文 합종연횡 가속도
입력 2016-12-27 18:02 수정 2016-12-27 2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