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시장경제, 감성적 안보 배격… ‘공화주의’ 강조

입력 2016-12-28 00:06
개혁보수신당이 27일 발표한 분당선언문엔 창당의 중심축인 김무성 유승민 의원의 정견이 그대로 담겼다. 보수신당은 따뜻한 시장경제, 어설픈 안보 배격, 당내 민주주의를 전면에 내걸었다. 새누리당 강령에는 없던 경제민주화와 공화주의가 들어갔고, 안보와 대북정책 기조는 한층 강경해졌다.

보수신당은 “진정한 시장경제는 따뜻해야 하며 공동체 속에서 이웃의 삶을 돌보는 게 공화주의 정신”이라고 밝혔다. 또 “경제민주화를 추구하면서 혈연 지연 학연에 좌우되는 정실자본주의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주의 같은 헌법가치를 지키되, 서민과 중산층의 삶을 먼저 챙기는 새로운 보수를 실현하겠다는 점을 부각했다. 따뜻한 보수와 공화주의는 유 의원의 지론이다. 선언문이 공개되자 유승민 색채가 강하게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보수신당의 안보관은 “어설프고 감성적인 접근을 배격하겠다”는 대목에서 확실히 드러난다. 보수신당은 “강한 국방력만이 국가 안위를 지킬 수 있다는 원칙하에 어떠한 도발에도 강력하고 단호한 응징 태세를 갖추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호혜적 상호공존 원칙에 입각한 유연하고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강령에 담은 새누리당보다 훨씬 보수적이다.

보수신당은 사당화를 경계했다. 선언문 도입부에 “새누리당을 망가뜨린 친박(친박근혜) 패권주의를 극복하고 진정한 보수정권의 재창출을 위해 새롭게 출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내 민주주의부터 실천하겠다”는 다짐은 김무성 의원의 철학과 일맥상통한다. 김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새누리당 당대표 시절 국민공천제를 시도하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방해로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며 “패권 정당은 절대 만들지 않겠다”고 말했다.

보수신당은 “대통령의 불통정치에 의해 저질러진 사상 최악의 헌법유린과 최순실 일당의 국정농단을 비호하며 국만 앞에 후안무치의 모습을 보였다”고 박 대통령과 친박계를 싸잡아 비판했다. 동시에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야권에도 쓴소리를 했다. 이들은 “탄핵 정국을 맞아 일부 세력은 과격한 운동권의 사고방식으로 국정을 이끌겠다는 위험천만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분당선언문은 보수신당 대변인인 오신환 의원이 초안을 작성하고, 김영우 의원이 감수했다. 유승민 의원은 “선언문 작성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고, 김무성 의원은 “제가 기초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28일 정강·정책 토론회를 연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