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관여 의혹 정관주 전 차관 소환… 김기춘 전화 확보

입력 2016-12-27 18:10 수정 2016-12-28 00:36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7일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 정관주(사진)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을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특검팀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휴대전화를 전날 확보했고,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자택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자가 김 전 실장이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경위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정 전 차관은 이날 오전 특검팀 사무실에 출석해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그는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자가 누구였는지, 조윤선 문체부 장관이 지시했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에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특검팀은 정 전 차관이 블랙리스트 작성과 적용 과정에서 윗선의 지시를 받고 이를 문체부에 전달한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블랙리스트 작성 관여 정도 등에 따라 피의자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특검팀은 김 전 문체부 장관과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자택을 전날 압수수색하는 등 블랙리스트의 최상부 작성자가 누구인지 찾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김 전 장관은 앞서 국회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를 모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전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김 전 장관이 블랙리스트를 모른다는 건) 속된 표현으로 개가 웃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 전 실장 지시라며 리스트가 모철민 당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현 주프랑스 대사)과 김소영 문화체육비서관을 통해 수시로 전달됐다”고 설명했다. 특검팀은 프랑스에 거주 중인 모 전 수석에게 소환을 통보했다.

특검팀이 확보한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업무일지에는 김 전 실장 지시로 추정되는 표기와 함께 ‘사이비 예술가가 발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특검팀은 블랙리스트로 불리는 명단을 일부 확보했고, 실제 특정 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이 중단된 정황 등이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한편 최순실씨는 이날 특검팀의 재소환 요구에 “구치소 청문회 이후 건강이 좋지 않다”며 불응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최씨가 계속 불출석할 경우 체포영장으로 강제 소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