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학부모가 교육 마루타냐”

입력 2016-12-27 18:01 수정 2016-12-27 20:55

국정 역사 교과서 적용을 1년 늦추고 국·검정 교과서를 혼용하겠다는 교육부 방침에 교육계, 시민사회와 정치권이 꼼수에 불과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정화 철회를 요구하는 야3당, 시민사회단체, 시도교육감협의회 모임 ‘국정 교과서 폐기를 위한 교육·시민사회·정치 비상대책회의’는 27일 성명을 내고 “교육부 발표는 사실상 국정 역사 교과서를 강행하는 것과 다름없는 꼼수 조치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비상대책회의는 “학교 현장에 혼란만 가중시키는 연구학교 지정 정책으로 학생과 학부모가 ‘교육 마루타’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시도교육감협의회는 “1년 유예는 교육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한 교육계, 학계, 민주시민의 숭고한 저항의 결과”라면서도 “교육부 발표는 국정 역사 교과서 전면 폐기를 요구한 국민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교묘한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470개 교육·시민단체 모임인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저지넷)도 기자회견을 열고 “탄핵 이후 동력을 상실한 교육부가 책임회피를 위해 시간벌기식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새 검정 교과서를 1년 만에 개발해 국정 역사 교과서와 경쟁시키겠다는 발상도 매우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이준식 교육부 장관은 교과서를 정치적 흥정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반면 보수 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극심한 갈등 속에서 학교 현장의 애환을 고려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평가한다”며 교육부의 결정을 환영했다.

야당은 야권 공조를 통해 국정 역사 교과서 폐기에 총력을 다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은 국정 교과서를 완전 폐기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도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역사 교과서 폐기 법안을 관철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교육부 결정에 대해 “국정 역사 교과서 정책의 진위가 전달되지 않고 제때 제대로 추진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참모들에게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이가현 백상진 라동철 기자,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