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고덕초등학교 앞 도로(아리수로82길)는 아이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인데도 보행로가 대단히 좁고 차량 통행이 많아 사고 위험이 상존하는 곳이었다.
강동구는 올해 시 지원을 받아 이 도로 200m 구간에서 ‘도로다이어트’를 실시했다. 2개 차로(폭 9m)를 폭 4m의 1개 차로로 줄이고 차량 통행은 일방으로 바꿨다. 차로를 줄여 확보한 도로에는 보도를 널찍하게 신설했다. 이 구간에서는 등하교 시간대 차량 진입 금지도 시행중이다. 오전 8∼9시, 오후 1∼3시, 오후 6∼7시에는 아예 차량이 다닐 수 없다.
용산구는 이태원동 녹사평대로26길 중 앤틱가구점들이 늘어선 220m 구간에 도로다이어트를 시행했다. 11m였던 차로 폭은 7m로 축소했고 1.5m에 불과했던 보도 폭은 3∼4m로 확장했다. 또 구간 제한속도를 기존 60㎞/h에서 30㎞/h로 하향 조정했다. 차량 속도가 줄고 보행이 편해진 이 구간은 앤틱가구거리로 꾸며져 이태원의 또 하나의 명소로 거듭났다.
차도를 줄이고 보도를 늘리는 도로다이어트가 올해 서울시내 곳곳에서 본격 시행되면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마치 살을 뺐을 때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다. 광진구는 동일로 도로다이어트를 통해 버스정류소의 승객 대기 공간을 넓혔고 노원구는 태릉초등학교 주변 130m 구간 도로다이어트를 통해 녹지와 휴게시설을 조성했다.
서울시는 ‘걷는 도시, 서울’ 사업의 일환으로 올해 처음 시작한 도로다이어트에 19개 자치구가 참여해 20개 구간, 총 6892m의 도로가 보행친화적 공간으로 바뀌었다고 27일 밝혔다. 17개 구간은 공사가 완료됐고 나머지 3개 구간은 내년 초까지 공사가 이어진다.
도로다이어트나 시간제 진입금지, 제한속도 하향 등은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생활도로를 중심으로 꽤 활발히 시행되는 정책이지만 서울에서는 아직 낯선 실험이다. 차량 정체, 주차공간 부족 등을 우려한 지역주민들의 반대도 있었다. 시와 자치구는 주민설명회를 통해 주민들을 설득하고 주민 의견을 사업 속에 적극 반영하면서 공사를 진행해 나갔다.
도로다이어트 후 달라진 환경에 대한 주민 만족도는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구로구의 경우 주민들은 넓어진 보도를 성탄트리 점등식이나 바자회 문화공간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도로다이어트는 차량 중심의 교통 환경과 인식을 사람 중심으로 바꾸고자 하는 서울시의 의지가 표현된 사업”이라며 “퇴계로 공간 재편과 서울역 고가 공원화 역시 도심권의 차량중심 공간을 보행자들에게 환원하려는 노력의 결실이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도로다이어트’ 해보니… 보행자들 얼씨구∼
입력 2016-12-28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