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채무자 비중 31%… 한계상황 몰린 빚 78조

입력 2016-12-28 04:01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가 전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7%인 것으로 파악됐다. 다중채무자이면서 동시에 저신용자 또는 저소득자인 한계 상황의 차주가 빌린 돈은 78조6000억원으로 전체 가계대출의 6.4%였다. 이들은 미국발(發) 금리 인상에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측된다. 건전성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27일 국회에 제출하는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올해 3분기 말 현재 가계대출의 차주별 점유 비중을 공개했다. 한은이 신용정보회사에서 입수한 약 100만명의 미시 자료를 바탕으로 자체 구축한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에서 추출했다.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와 2곳 이하인 비(非)다중채무자 비율은 3대 7을 기록했다. 신용등급 7∼10등급의 저신용자 채무는 전체 가계대출의 7.4%를 차지했다. 소득 수준이 하위 30%인 저소득자의 가계대출도 11.1%나 됐다.

다중채무·저신용·저소득자는 금융권에서 취약계층으로 불린다.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상환 부담 직격탄을 제일 먼저 맞는 이들이다. 이 가운데 2가지 요소를 겸비한 이들 즉,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신용자이거나 저소득자인 ‘위험 차주’의 대출 규모는 78조6000억원으로 은행 대출의 3.7%, 비은행금융기관 대출의 10.0%에 달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한국의 가계부채 문제는 취약계층의 문제”라며 관리 강화를 강조해 왔다.

가계부채의 ‘숨은 뇌관’으로 불리는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지난 9월 말 현재 464조5000억원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8% 급증했다. 한은은 가계부채 DB를 통해 기존 통계로는 잘 드러나지 않던 자영업자 대출 규모를 추산했다. 특히 자영업자의 사업자대출 가운데 저금리를 활용한 부동산 임대업자의 대출이 2013∼2015년에 연평균 23.0%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자영업자는 임금 근로자에 비해 소득이 경기변동에 민감하고 창업과 폐업도 빈번해 안정적 부채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소매업, 음식점 등에 신규 유입이 증가하고 있어 대출 건전성 변화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또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이 동시 발생하는 악몽에 대비한 스트레스테스트 결과를 내놓았다. 2018년 말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0.25%씩 8번 올려 금리가 총 2.0% 포인트 올라가고 국내 집값이 10% 하락하는 ‘복합 충격’이 가해질 경우 은행은 대규모 대출 손실로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12.8%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지금보다 2.0% 포인트 이상 추락한 수치다. 한은은 우리나라 경제에서 금융과 실물 간 동조 관계가 약해져 통화정책의 약발이 잘 들어맞지 않게 됐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특히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부동산 관련 대출의 급증으로 생산적 부문에 대한 자금 공급이 둔화됐다”고 꼬집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