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국민연금공단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을 결정하도록 압박한 지시 라인 수사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합병 찬성 결정을 주도했던 홍완선(60)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은 결정 과정에 외압이 있었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안종범(57·구속 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당시 보건복지부와 산하기관인 국민연금공단을 전방위로 압박한 정황을 잡고 관련자 조사를 이어가는 중이다. 향후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의 개입 여부까지 최종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특검은 27일 안 전 수석과 문형표(60)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불러 조사했다. 두 사람 모두 특검 첫 소환이다. 안 전 수석은 이날 오전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가 오후에야 특검 조사실에 출석했다. 전날 조사를 받았던 홍 전 본부장도 다시 불려나와 조사받았다. 나란히 소환된 세 사람은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하도록 개입한 한 축으로 의심받고 있다.
홍 전 본부장은 특검 조사에서 “복지부 연금정책국 간부로부터 합병 찬성 요구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압 의혹을 부인하던 전날 입장을 뒤집은 셈이다. 그는 지난해 7월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의 반대 권고에도 불구하고 외부 전문위원을 배제한 채 합병 찬성 결정을 주도했다. 특검은 이런 결정이 국민연금에는 불리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만 유리하게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당시 국민연금 내부적으로도 삼성물산 주식 가치가 낮게 책정돼 수천억원의 손실을 볼 수 있다는 평가가 있었다. 특검이 홍 전 본부장에게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적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검은 안 전 수석이 당시 복지부 장관이던 문 이사장을 통해 홍 전 본부장에게 합병 찬성을 종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 이사장과 홍 전 본부장이 특검의 첫 구속 대상자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특검 관계자는 “문 이사장은 참고인 신분으로 불렀지만 신분이 변동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검은 안 전 수석이 김진수(58)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을 통해서도 홍 전 본부장에게 합병 찬성 결정을 지시한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다. 하지만 한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보건복지비서관실은 메르스 사태에 대응하느라 국민연금공단의 일까지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물산 합병 특혜 수사의 최종 목적지는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죄 적용이다. 여태 겉으로 드러난 의혹의 정점에 안 전 수석이 있지만 그 배경에 박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특검은 보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의 합병 찬성 지시가 박 대통령에게서 비롯됐음이 확인되면 합병 이후 일사천리로 진행된 삼성의 최씨 일가 지원으로 수사 흐름이 연결된다. 이 경우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혐의 수사도 급물살을 탈 수 있다. 안 전 수석은 이미 지난 26일 구치소를 방문한 국회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에게 “모든 것은 대통령이 지시한 대로 했다”고 말했다.
정현수 황인호 기자 jukebox@kmib.co.kr
홍완선 “삼성 합병 찬성, 복지부 외압 받았다”
입력 2016-12-28 00:00 수정 2016-12-28 0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