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탈퇴를 공식화했다. 전경련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5대 그룹 중 첫 탈퇴여서 다른 기업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이 55년 만에 존폐 기로에 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LG그룹은 올해 말로 전경련 회원사에서 탈퇴키로 하고 지난주에 전경련에 정식으로 의사를 전달했다고 27일 밝혔다. LG그룹은 “2017년부터 전경련 회원사로서 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계획이며 회비도 납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청문회에서 5대 그룹 중 전경련 탈퇴 의사를 밝힌 곳은 삼성, SK, LG 등 3곳이다. 삼성은 이미 이달부터 전경련 회비를 납부하지 않고 외부 활동에도 참여하지 않는 등 전경련과 거리를 둔 상태다. 삼성은 지금까지 전경련과 진행해 오던 일을 마무리하는 대로 전경련 탈퇴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SK그룹도 머지않은 시기에 탈퇴 의사를 전경련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탈퇴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현대차는 유보적이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LG의 탈퇴 얘기를 듣고 확인해 봤는데 우리 쪽은 현재까지 그런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우리는 (어떻게 될지) 아직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이 청문회에서 전경련 탈퇴에 대해 “그럴 의사가 있다”고 답한 만큼 정 회장의 결단에 따라 탈퇴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은 전경련을 탈퇴하지 않기로 했다.
전경련에서 5대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크다. 전경련 1년 운영 예산 400억원 중 절반인 200억원을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등 5대 그룹이 낸다. 특히 삼성의 비중은 5대 그룹 내에서도 가장 높다. 삼성의 탈퇴 여부가 전경련 존폐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이유다.
LG그룹이 5대 그룹 중 처음 탈퇴를 발표하면서 전경련 이탈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KT도 지난 9일 전경련 탈퇴 의사를 전달했다. KT는 최근 사태에 부담을 느껴 전경련을 탈퇴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금융기관들도 탈퇴 절차를 밟는 등 전경련 탈퇴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전경련은 내년 2월 총회 전까지 쇄신안을 내놓고 전경련 존재의 필요성을 적극 설명한다는 계획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환골탈태 수준의 쇄신을 위해 내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분위기로는 쇄신안 마련도 쉽지 않다. 지난 15일 쇄신안 마련을 위해 30대 그룹을 대상으로 연 공청회에는 주요 그룹 회원사들이 참여하지 않아 의견 청취도 할 수 없었다. 내년 1월로 예정된 정기 회장단 회의도 정상적으로 열리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이승철 상근 부회장이 쇄신안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재계 일각에서는 대한상공회의소가 기업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만큼 전경련이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전경련은 과거에는 필요한 역할을 했을지 몰라도 현재 문제가 있다면 향후 존폐 여부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준엽 강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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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연내 탈퇴”… 전경련 해체 빨라지나
입력 2016-12-27 18: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