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검정 내년 혼용… 교육현장 혼란

입력 2016-12-27 17:37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정 교과서 현장적용 방안을 발표한 뒤 굳은 표정으로 연단에서 내려오고 있다. 뉴시스

교육부가 국정 교과서 한 종류로 역사를 가르치려던 방침을 철회했다. 내년부터 중학교 역사①②와 고교 한국사 과목은 정부가 만든 국정 교과서와 민간 출판사의 검정 교과서가 경쟁토록 했다. 국정 교과서를 원치 않는 학교는 검정 교과서를 쓸 수 있고, 대신 국정 교과서를 원하는 학교는 연구학교로 지정해 재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국정 교과서에 대한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예산 지원과 교원 승진 등을 미끼로 교육 현장을 흔들려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농단 파문으로 국정화 추진 동력을 상실한 뒤 박정희 전 대통령 미화 등으로 비난 여론이 커지자 내놓은 고육책이다. 하지만 국정 교과서를 살리면서 비난 여론을 피하려고 학교 현장에 혼란의 불씨를 던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검정 혼용을 골자로 하는 ‘국정 교과서 현장적용 방안’을 발표했다. 이 부총리는 “내년에는 국정 교과서를 희망하는 모든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국정 교과서를 주교재로 쓰고, 다른 학교는 기존 검정 교과서를 사용토록 한다”고 말했다. 2018년부터는 학교들이 국정 교과서와 새 교육과정(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새로 개발된 검정 교과서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교육부는 후속 조치에 착수했다.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을 개정해 국정과 검정을 함께 쓸 수 있도록 하고, 새 교육과정에 따른 검정 교과서 개발 기간도 1년6개월에서 1년으로 단축시킬 예정이다. 현행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에는 국정 교과서가 있는 과목은 국정 교과서만 쓰도록 하고 있다. 또한 내년 사용할 검정 교과서 재주문, 국정 교과서 수요조사 등도 신속하게 진행할 방침이다.

교육부가 단일 역사 교과서 고집은 꺾었지만 국정 교과서는 포기하지 않아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학교 현장에선 국정 교과서를 적용하는 연구학교 지정을 둘러싸고 학내 갈등이 예상된다.

특히 교육부는 교과서 제작 가이드라인인 편찬기준은 고치지 않겠다고 했다. 검정 교과서가 새로 개발되더라도 ‘대한민국 수립’ 표현 등 논란이 됐던 내용이 크게 바뀌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진보 성향 교육감들과 야당은 반발하고 나섰다. 야당이 추진 중인 ‘국정 역사 교과서 금지법’도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