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11시30분(현지시간) 프랑스 브르타뉴의 브레스트항에 흰색과 검은색 돛을 단 요트 ‘소데보 울팀’호가 모습을 드러내자 환호성이 쏟아졌다. 프랑스 출신 토마 코비유(48)가 최단기 요트 세계일주 신기록을 세우는 순간이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와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코비유가 혼자서 49일 3시간 7분38초 만에 세계일주를 마치며 기존 세계기록을 갈아치웠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프랑스인 프란시스 주아용(59)이 2008년 세운 단독 항해 세계일주 최고 기록 57일 13시간은 8일이나 단축됐다. 코비유의 기록은 전체 세계일주 항해 기록에 견줘도 3위에 해당하는 성과다. 전체 1, 2위는 선원 10명, 14명이 번갈아 휴식을 취하며 항해한 기록이다.
소데보 울팀호는 선체 3개가 나란히 붙은 범선으로 길이 31m, 너비 21m 규모다. 코비유는 지난달 6일 브레스트항을 떠나 평균시속 44.6㎞로 5만2000㎞의 바닷길을 달렸다. 한 번에 3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은 강행군을 펼쳤다.
긴 항해를 마친 코비유는 “꿈을 이루게 돼 너무 기쁘다”며 눈물을 훔쳤다. 이어 수면 부족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코비유는 “체력적으로 한계에 도달했다”면서 “지금 이 순간 내게 필요한 딱 한 가지는 수면과 휴식”이라는 소감을 남겼다. 또 “잠자리에 들면서 스스로에게 ‘다 잘될 거야(All’s well)’라고 말해주고 싶다”고도 했다. 인도양에서는 10m 높이의 파도에 맞서야 했다. 코비유는 “파고가 10m에 달할 때는 소데보 울팀호가 그저 장난감 요트 같았다”며 “물속에서 항해하는 것과 다름없었다”고 회고했다.
코비유는 ‘5수’ 끝에 세계 신기록을 거머쥐었다. 앞서 4차례 기록 경신에 도전했지만 주아용 선수의 벽을 넘는 데 줄곧 실패했다. 그는 이번 도전에서 후원사 소데보의 지원팀과 인터넷을 통해 기상 상황과 항로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받았다.
코비유는 좋은 날씨 덕분에 도전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영국 월간지 ‘요팅월드(Yachting World)’도 “이런 날씨는 10년에 한번 찾아올까 말까 한다”며 “코비유가 이를 잘 활용했다”고 평가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돛단배 사나이’ 49일 만에 지구 돌았다
입력 2016-12-28 0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