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독교 출판 시장은 전반적으로 위축됐지만 다양한 독서 수요에 부응하는 각양각색의 책들이 독자들을 행복하게 만들었다. 한 중견 출판사 대표는 “트렌드(Trend)가 없는 게 올해의 트렌드”라고 했다. 신진 출판사의 편집자는 “경기 한파 속에 책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된 출판사들이 자기만의 색깔로 각양각색의 책들을 낸 것 같다”고 표현했다.
두툼한 ‘벽돌책’이 연중 주목받는가 하면 얇은 문고판 기획물도 인기를 얻었다. 대표적으로 두꺼운 책은 NIGTC요한계시록 상·하권. 각각 1000쪽이 넘었다. 팀 켈러의 센터처치와 ‘기독교의 역사’(포이에마)는 각각 800쪽과 736쪽이었다. 600쪽이 넘는 ‘중동의 눈으로 본 예수’나 ‘신학공부, 나는 이렇게 했다’ ‘현대신학 지형도’는 이에 비하면 얇았다. 벽돌책은 대체로 신학적으로 검증된 내용을 담은 양서(良書)로 다루는 범위가 방대하다. 신학생과 목회자뿐만 아니라 신학에 관심 있는 일반인들도 이런 책들에 손을 뻗었다.
라인홀드 니버 등을 소개한 비아의 소책자 인물 시리즈, ‘성경은 남성적인가?’ 등을 다룬 성서유니온선교회의 ‘SU 신학총서’, 신앙생활을 돕는 좋은 씨앗의 ‘회개를 사랑할 수 있을까?’ 등 ‘단단한 기독교 시리즈’도 꾸준한 관심을 받았다. 소책자는 짧은 시간에 체계적인 지식을 얻기 원하는 독자들의 구미에 맞아 떨어졌다. 양희송 청어람ARMC 대표는 28일 “출판시장이 작아지면서 독서의 수요와 공급이 세분화되고 있다”며 “출판사들이 깊이 있는 책을 원하는 독자들의 존재를 믿고 벽돌책을 과감하게 내고 다양한 책을 기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독아카데미가 지식 나눔과 소통의 장이 되는 것도 특기할 만하다. 신학생과 목회자들을 위한 책을 주로 내는 새물결플러스(대표 김요한)가 운영하는 새물결아카데미가 단연 돋보인다. 아카데미는 저자의 강연이나 출간된 책 내용을 바탕으로 기획 강연을 연중 진행했다. 출판사는 책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돕고 독자의 요구를 청취하면서 책을 기획할 수 있었다.
2012년부터 활동해온 기독인문학연구원(대표 고재백)은 저자와 독자들이 만날 수 있는 강연을 자주 기획했다. 유명 저자 강성호와 이원석 등이 연구원으로 활동 중이다. 청어람ARMC는 출판과 연계된 강연과 독서모임을 꾸렸다. 지난 9월부터 홍성강좌를 열고 있는 홍성사(대표 정애주)는 아예 수강생들의 반응을 반영한 종교개혁 시리즈물을 낼 예정이다. 기획부터 출판 이후까지 독자, 출판사, 저자가 쌍방향 소통을 하면서 서로 밀착하는 모습이다.
팀 켈러는 올해 거의 유일한 ‘대세’ 저자로 평가된다. 신간 ‘탕부 하나님’과 ‘설교’ ‘센터처치’가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기존에 나온 ‘팀 켈러, 결혼을 말하다’ ‘팀 켈러의 기도’ ‘일과 영성’도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특강 종교개혁사’ ‘타협할 수 없는 기독교의 기초, 오직 성경’(아가페북스) ‘마틴 루터의 기도’(브니엘) ‘종교개혁, 그 현장을 가다’(대한기독교서회) 등 관련 책이 쏟아져 나왔다.
올해 여성혐오 논란이 사회적 화제가 됐지만 기독출판계에서는 ‘여성의 눈으로 본 하나님’ 외에는 여성문제와 관련된 책이 거의 나오지 않았다. 김도완 포이에마 대표는 “여성문제에 대한 민감성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린이·청소년 분야의 책도 성인 대상 책에 비하면 눈에 띄게 적었다. 박미숙 생명의말씀사 과장은 “다음세대를 위해 더 고민해야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강주화 최기영 기자 rula@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
두툼한 '벽돌책' 등 각양각색 책들에 행복했다
입력 2016-12-28 2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