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의 존재이유 되묻게 만든 윤갑근 특별수사팀

입력 2016-12-27 18:10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관련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이 26일 아무런 수사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빈손으로 공식 해체했다. 남은 것이라곤 ‘황제 수사’ 논란을 빚은 우 전 수석의 팔짱 낀 사진 한 장뿐이다. ‘수사 대상이 살아 있는 권력이든 누구든 좌고우면하지 않을 것’이라던 호언장담이 헛말이 된 건 물론이고 세간의 비웃음거리만 됐다. 오죽했으면 윤 고검장 스스로도 “송구스럽고 민망하다”고 자인했을까. 이럴 것이라면 왜 수사를 했고, 126일 동안 무엇을 수사했는지 의문이다. 검찰 스스로 말했듯이 두고두고 민망함을 잊지 말아야 할 수사라고 감히 지적한다.

윤 고검장은 “마무리 짓지 못한 부분은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계속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까놓고 말하면 빈손으로 끝낸 수사다. 이번 수사에서 단 한 명도 기소되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단적으로 입증한다. 기소하지 못할 수사는 착수도 하지 않는 것이 검찰의 생리인데 특별수사팀을 꾸려 그것도 4개월 이상 수사한 결과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백번 양보해서 기소 없는 수사를 할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상식에서 어긋난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수사의 핵심인 우 전 수석의 사무실과 주거지는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했고, 수사 착수 2개월이 지나서야 우 전 수석을 소환했다. 더욱이 우 전 수석의 미소는 뭘 말하는가. 과연 검찰이 애초 수사 의지가 있었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다.

심지어 윤 고검장은 “수사 내용들이 봉인돼 비밀창고에 들어가는 게 아니고 밝혀질 것이다. 시기의 문제”라고 했는데 이 무슨 해괴망측한 발언인가. 밝히지는 않았지만 민감한 수사 내용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협박처럼 들린다. 검사는 수사로 말한다고 했는데 정치로 말하겠다는 뜻인가. 과거 정치 검찰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아직도 모르는가. 검찰의 존재이유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