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인 지난 25일 경기도 오산침례교회(김종훈 목사) 입구에 빨간 자선냄비가 세워졌다. 서너 살 정도 돼 보이는 아이가 엄마의 손을 잡고 냄비로 다가오더니 고사리 손으로 들고 있던 1000원짜리 지폐를 냄비에 넣었다. 빨간 점퍼를 입은 한 자선냄비 봉사자가 옆에서 종을 흔들고 있었다.
한국구세군(김필수 사령관)이 펼치고 있는 자선냄비 모금운동에 교회들이 소매를 걷어붙였다. 7개 교회는 직접 교회로 자선냄비를 초청해 교인들에게 소외된 이웃을 돕기 위한 기부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오산침례교회는 보름 전부터 자체적으로 ‘사랑의 1000원 모으기’ 캠페인을 벌였다. 친구나 이웃 등 10명에게 1000원씩을 모아 1만원을 자선냄비에 넣도록 독려하는 캠페인이다. 김종훈 목사는 이날 성도들에게 “매해 성탄은 성탄 자체가 주는 축복도 크지만 누군가와 작은 사랑을 나눌 때 더욱 풍성하고 기억에 남는 성탄이 되는 것 같다. 여러분의 2016년 성탄도 그렇게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성탄이 되기를 바란다”며 후원에 동참할 것을 권했다. 오산침례교회는 이날 오전 8시부터 8시간 가까이 모금활동을 벌여 810여만원을 모금했다. 서문교회(손달익 목사)도 교회에 자선냄비를 초청했다.
구세군의 ‘찾아가는 자선냄비’를 가장 먼저 초청한 건 동탄신광교회(고인준 목사)였다. 지난 4일 교회 로비에 자선냄비를 설치했다. 한 아이는 동전이 잔뜩 담긴 토끼 모양 저금통을 자선냄비 밑에 내려놓고 갔다. 11일 경기도 성남 선한목자교회(유기성 목사)에선 성탄 트리 옆에 설치 된 자선냄비에 주머니에 있던 동전 전부를 털어 넣고 간 아이도 있었다. 경기도 과천교회(주현신 목사)에선 구세군 소속 브라스밴드인 ‘브람스’가 공연을 하며 교인들의 발길을 끌었다. 인천 숭의교회 이선목 목사는 “자선냄비를 초청해 성도들과 함께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며 “하나님의 사랑이 외롭고 소외된 이들에게 넘쳐나길 바란다”고 전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이영훈 목사)는 18일 교회 입구에 자선냄비를 세워 하루에만 3000만원이 넘는 후원금을 모았다. 이렇게 7개 교회에서 모은 후원금은 6219만4950원에 달한다. 이 돈은 기초수급자 지원, 청소년 보육·양육 및 환경개선 사업, 미혼모 돌봄 사업 등에 사용된다.
구세군 자선냄비본부는 각 교회에 편지를 써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편지엔 이런 내용을 적었다. “사회가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도 교회의 문을 열어주셔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낮은 곳의 기쁨을 위하여 충성하는 구세군 자선냄비 사역이 될 것을 약속드리며, 매순간 주님을 바라봄으로 한국사회를 변화시키는 귀한 교회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구세군은 내년에도 ‘찾아가는 자선냄비’ 행사에 많은 교회가 동참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자선냄비, 우리 교회로 오세요… 채워드릴게요”
입력 2016-12-27 2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