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의원 29명이 27일 집단 탈당하며 개혁보수신당(가칭)을 다음 달 24일까지 창당하겠다고 선언했다. 곧바로 원내교섭단체로 등록함에 따라 국회는 더불어민주당, 새누리당, 국민의당과 함께 4당 체제로 재편됐다. 창당추진위 공동위원장인 정병국, 주호영 의원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사회 통합과 따뜻한 공동체 구현을 위한 국민적 열망을 담아 새롭게 깃발을 든다”고 밝혔다. 이로써 신당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새누리당과 보수정당의 적통 경쟁을 벌이게 됐다.
보수 진영을 분열시켰다는 비판도 있지만 개혁보수신당이 창당의 명분을 충분히 갖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친박(친박근혜)이 주도한 새누리당은 그간 보수의 가치를 전혀 담아내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헌정질서를 파괴해 국민의 신뢰를 상실하고 국회로부터 탄핵소추를 당했음에도 친박계는 반성은커녕 알량한 기득권을 놓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많은 국민, 특히 친박 패권에 신물이 난 보수층이 창당도 하지 않은 개혁보수신당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1일 35명이 탈당 의사를 밝히고 실제 탈당에 이르게 된 과정과 당 정강정책 마련 등 이후 창당 절차를 예상해 볼 때 적지 않은 우려가 제기된다. 핵심은 당의 정체성 및 지향점과 맞물려 있다. 그들 말대로 보수의 구심점이 되기 위해선 이것들이 명확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대선을 겨냥한 급조된 정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
그런데 누구와 당을 같이하겠다는 것인지부터 헷갈린다. 신당의 양대 축인 김무성 의원과 유승민 의원의 생각이 다른 것 같다. 김 의원이 비박에 야권의 비문(비문재인) 세력을 모두 묶겠다는 계획인 반면 유 의원은 가치를 공유하는 이들로 제한하자는 입장이다. 또 유 의원은 당의 좌표로 ‘안보는 보수, 경제는 개혁’을 제시했다. 하지만 신당 내부는 물론 새누리당에서 탈당을 염두에 두고 있는 다수 의원들이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날 탈당을 보류한 나경원 의원도 “경제는 진보라는 좌클릭 프레임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특정 인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전통 보수의 중심을 표방한 정당으로서 자존감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행위다. 벌써부터 새누리당과 그 주변에서는 유력한 대권 주자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국내로 들어와 개혁보수신당을 선택하지 않고 독자 행보를 걷거나 새누리당과 손잡을 경우 신당은 급속히 세를 잃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런 여러 우려와 악재를 이겨내려면 창당의 주축 세력이 신당의 비전과 정체성을 국민 앞에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신당은 특정인을 위한 정당이 아니고, 가짜 보수는 더더욱 아님을 입증해야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사설] 개혁보수신당, 정체성과 비전 분명히 제시하라
입력 2016-12-27 1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