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죗값’ 받겠다면서… “내 딸이 왜 부정입학이냐”

입력 2016-12-26 21:38 수정 2016-12-27 00:30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을 비롯한 국회 최순실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이 26일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 직원교육실에서 구속 수감 중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왼쪽 아래),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오른쪽 아래)을 상대로 비공개 심문을 하고 있다. 남부구치소 제공

국정농단의 주범 최순실씨는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얘기가 나오자 “그게 왜 부정입학이에요?”라고 따져 물었다. 불리하거나 억울하다고 느끼면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하지만 핵심 의혹엔 부인으로 일관했다. ‘딸과 손자 중 누가 더 걱정되느냐’는 질문을 받을 땐 눈물을 흘렸다.

최씨는 26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수감동에서 열린 국회 최순실 국조특위의 비공개 현장심문에서 “나라와 국민들께 여러 가지로 혼란을 끼쳐 죄송하다. 나라가 바로 섰으면 좋겠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종신형을 받을 각오가 돼 있다”고 했다.

하지만 2시간30분 동안 진행된 비공개 현장심문에서 보여준 언행은 상반됐다. 민감한 사안에는 재판을 내세워 답변을 피하거나 입을 닫았다. 불리하거나 억울하다고 느껴지는 대목에서는 고개를 들고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거나 언성을 높였다. 특히 딸 정씨와 관련된 의혹에는 예민하게 반응했다. 딸을 IOC 위원으로 만들기 위해 수영선수 박태환씨의 올림픽 출전을 방해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런 생각할 정도의 관계가 아니다”고 부인했다.

최씨는 “내가 왜 이렇게 구속돼 있어야 하느냐”며 자조 섞인 한탄도 했다. 그러다 딸 얘기가 나오자 울기 시작했다고 특위 위원은 전했다. 마스크를 오른쪽 귀에 걸치고 얘기하던 최씨는 마스크로 눈물을 닦기도 했다.

‘박 대통령과 딸 중 누가 더 상실감 크고 어렵겠느냐’는 질문에도 울면서 “딸이죠”라고 답했다. 최씨는 우울증과 혈압 약을 얘기하면서 몸이 많이 좋지 않다고 호소했지만 몇몇 특위 위원은 최씨가 손도 따뜻하고 혈색도 좋았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체중이 빠져 건강해진 것 아닌가 생각했다”고 전했다.

최씨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우 전 수석 장모인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 등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핵심 인물들을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최씨는 미르·K스포츠재단 운영을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조차 모른다고 했다가 “가까운 사이가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다. 차은택·고영태씨는 안다고 했지만 차씨의 추천을 통해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김종덕 전 문화체육부 장관 등이 임명된 것 아니냐는 혐의는 부인했다.

국정농단을 주도했다거나 박 대통령과 공모 관계로 비춰질 수 있는 부분 역시 전면 부인했다. 최씨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관련해 “(자신은) 아이디어를 내지 않았다”고 했다. 조카인 장시호씨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건립 건에 대해 위원들이 “장씨가 ‘이모가 다 했다’는 진술을 했다”며 압박했지만 “검찰에 다 얘기했다”고만 답했다.

최씨는 박 대통령이 자신을 ‘최 원장’이라고 불렀다고 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 이전에 박 대통령과 차움병원 등에 시술을 받으러 간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당선 전에는 안 갔다”고 답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최씨 답변이) 당선 이후엔 같이 시술했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재의원 진료 당시 왜 가명을 쓰면서 박 대통령 생일을 썼느냐’고 묻자 “화장실 좀 가야겠다”며 자리를 피하기도 했다. 사드 배치 결정 이전 최씨가 미국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 회장을 만났다는 주장에도 “뭐하는 회사인지 모른다”고 반발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본인 답변에 대한 법률적 방어를 코치받아 잘 훈련돼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당초 오전 10시에 시작하기로 했던 구치소 현장 청문회는 증인들의 동행명령 불응과 구치소 측의 비협조로 한동안 공전됐다. 최씨와 안 전 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 증인 3명이 이번에도 출석하지 않아서다. 결국 특위 위원 9명이 최씨가 있는 수감동의 상담·면회실까지 직접 가서 비공개로 현장심문을 해야 했다. 특위 위원들은 서울구치소가 아니라 ‘최순실 보호소’라고 비판했다.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 심문은 특위 위원 7명이 남부구치소로 이동하면서 가까스로 성사됐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