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 “대통령 말씀자료 보내주면 최순실이 수정하고 밑줄 쳤다”

입력 2016-12-26 21:39 수정 2016-12-27 00:31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을 비롯한 국회 최순실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이 26일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 직원교육실에서 구속 수감 중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왼쪽 아래),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오른쪽 아래)을 상대로 비공개 질의를 하고 있다. 남부구치소 제공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대통령 말씀자료를 보내주면 최순실이 수정하고 밑줄을 쳤다”고 증언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최씨를 신뢰하고 많이 상의했다”고 진술했다. 공무상 기밀 유출과 최씨의 연설문 개입을 시인한 것이다.

정 전 비서관은 26일 오후 서울 남부구치소에서 진행된 국회 최순실 국정조사특위 현장조사 비공개 현장심문에서 이같이 증언했다고 특위 위원들이 밝혔다.

정 전 비서관은 정부 인사 내용과 관련해 “인사안을 발표할 때 발표 내용에 대해서는 (최씨의) 수정을 받을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최씨가 인사안 발표 전 관련 내용을 미리 받아보고 사실상 최종 ‘동의’를 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이어 “대통령 말씀자료를 인편 또는 이메일로 보내주면 최순실이 의견을 말하고 수정도 한다”며 문건 유출 사실도 대체로 수긍했다. 그는 다만 국가정보원, 감사원, 검찰총장 등 고위직 인사의 최씨 개입 의혹은 부인했다. 박 대통령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하루에 수십 차례, 2∼3시간씩 통화했다고 했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는 대통령을 아주 잘 모시는 사람”이라며 “공식 직함은 없고 뒤에서 대통령을 돕는 분이라 김기춘 비서실장이나 우병우 민정수석에겐 보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씨가 이렇게 사익을 취한 것은 미스터리”라고 했다.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은 평소에 조찬, 만찬 일정을 잡지 않는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에도 “일정이 없이 관저에서 머물렀다”고 했다.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은 “당시 청와대 보고체계나 대응태세가 일사불란하지 못했고, 우왕좌왕했다는 정황이 파악됐다”며 “정 전 비서관도 상황파악을 제대로 못했다”고 주장했다.

정 전 비서관은 세월호 참사 전후 박 대통령 미용시술 의혹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은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이 억울해하는 부분은 적극 해명했지만 멍 자국이나 미용시술에 대해선 ‘대답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설명했다.

정 전 비서관은 세월호 사고 당일 청와대 본관에서 인명구조 관련 보고서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자신이 직접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저에서 보고서를 받은 사람에 대해선 “잘 모른다” “소상히 얘기할 수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그러면서 “윤전추·이영선 행정관은 언제나 거의 관저에 있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출소하고 난 뒤 박 대통령이 퇴임해도 모실 것이냐’는 질문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모실 것”이라고 했다.

안종범 전 수석은 자신의 혐의를 모두 “대통령의 지시사항”이라고 진술했다. 그는 “내 스스로 판단해 이행한 것은 단 하나도 없다”며 “대통령 지시대로 했다. 단 하나의 예외도 없다”고 증언했다. 특위 위원들이 미르·K스포츠재단 외에 플레이그라운드, 더블루케이 등 최씨 실소유 회사들도 박 대통령이 지시한 것이냐고 재차 묻자 “아까 답한 대로”라고 강조했다. 안 전 수석은 자신이 작성한 17권의 업무일지 역시 “대통령 발언과 지시사항을 적은 것”이라며 “모두 팩트”라고 말했다. 이들에 대한 비공개 현장심문은 3시간 동안 이뤄졌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