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항모 서태평양 원양훈련에 ‘대항 조치’ 검토

입력 2016-12-27 00:00
중국 스텔스기 젠-31

중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호의 서태평양 원양 훈련에 미국도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랴오닝호 원양 훈련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교도통신은 26일 “버락 오바마 정권의 임기는 내년 1월까지로 얼마 남지 않았지만 남중국해에서 관할권 등을 주장하며 주변국과 마찰을 키우고 있는 중국 측에 대한 ‘대항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의 해양 진출에 대해 주변 해역에 군함을 파견해 통과시키는 ‘항행의 자유’ 작전으로 맞서 왔다. 오바마 정권은 중국과의 전면적 대결은 피하겠다는 생각이어서 대항 조치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교도통신의 분석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의 전화회담 등을 통해 중국이 양보할 수 없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드는 등 강공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 취임 후 말뿐이 아닌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경우 미·중의 긴장은 어느 때보다 고조될 수 있다.

이날 중국 환구시보는 랴오닝호 서태평양 훈련과 관련한 사설을 통해 중국 함대를 장기적으로 미국 근해인 동태평양까지 진출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미국의 핵심이익이 있는 지역에서 정기적으로 순항하면 미국이 일방적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분위기에 분명히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이유다.

중국은 또 이날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를 통해 미국의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F-35에 대응해 개발해 온 스텔스기 FC-31(젠-31)의 시험비행에 성공했다고 공개했다. 해상 무력시위에 이어 공군력에서도 미국에 필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음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중국은 아울러 미국과 대만의 군 장성과 고위급 관료의 교류가 포함된 2017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의회를 통과한 NDAA에 서명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국방수권법안을 단호하게 반대한다”며 “이미 미국에 엄정하게 항의했다”고 밝혔다.

대만과 일본은 랴오닝호 원양 훈련을 예의주시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대만 자유시보에 따르면 대만 동부 화롄 공군기지에서 25일 밤 F-16 전투기 2대가 긴급 출격했다고 보도했다. 대만 전투기 긴급 출격은 이날 오전 미야코 해협을 통과해 서태평양으로 진출한 랴오닝호 항모 전단이 저녁 대만 동부 해역을 통과한 것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도 랴오닝호 항모 전단이 미야코 해협을 통과할 당시 항공자위대 전투기를 긴급 발진시켰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