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최순실씨 모녀 지원→ 靑, 합병 입김’ 정황 포착

입력 2016-12-27 04:11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지난해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청와대가 깊숙이 관여한 정황을 잡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공단이 합병에 찬성한 배경에 안종범(57·구속 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라인의 입김이 있었던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특검팀은 26일 김진수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과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의 자택 등을 동시 압수수색했다. 앞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와 복지부 연금정책국 등 10여곳을 압수수색한 지 5일 만이다. 삼성물산 합병의 막전막후를 촘촘히 복원해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 혐의를 입증하겠다는 전략이다.

특검팀은 김 비서관과 문 전 장관의 윗선으로 안 전 수석을 겨냥하고 있다. 안 전 수석은 김 비서관을 통해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게 합병 찬성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야당 측에선 안 전 수석이 홍 전 본부장을 잘 몰랐기 때문에 김 비서관이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 전 장관 역시 삼성물산 합병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안 전 수석이 문 전 장관을 통해 복지부를 사실상 장악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당시 복지부 내에선 “복지부 장관은 안종범, 장관 보좌관은 김진수, 실장은 문형표”라는 말도 돌았다고 한다. 통상 복지부 출신이 임명되는 보건복지비서관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출신의 김 비서관이 임명된 것도 안 전 수석의 눈에 들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특검팀은 홍 전 본부장이 삼성 합병을 도운 후 청와대 비호를 받았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최광 국민연금 이사장은 지난해 10월 홍 전 본부장에게 연임 불가를 통보했다가 오히려 사퇴를 종용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홍 전 본부장은 이날 특검 사무실에서 업무상 배임 혐의로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그는 “합병 찬성에 문 전 장관 지시가 있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삼성물산 최대주주(11.6% 보유)였던 국민연금은 합병에 찬성해 3000억원 이상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홍 전 본부장은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인물로 꼽힌다.

특검팀은 최종적으로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혐의 규명을 위해 당시 합병 과정을 입체적으로 복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지난해 5월 26일 합병 결의를 공시했다. 국민연금은 7월 10일 투자위원회를 열어 합병 찬성을 결정했다. 합병 안건은 지난해 7월 17일 최종 통과됐다. 박 대통령은 사흘 뒤인 7월 20일 안 전 수석에게 대기업 총수들과의 면담 일정을 잡도록 지시했고, 이 부회장과 25일 독대했다. 이 사이 삼성전자 박상진 대외협력담당 사장이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만났다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박 사장은 강력 부인하고 있다. 박 사장은 27일 최순실씨 모녀가 있는 독일로 출국했고, 같은 해 9월 삼성은 최씨 모녀 소유 독일 법인에 35억원을 지원한다. 삼성 측은 지원에 대가성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특검팀은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과 삼성의 최씨 모녀 지원이 물 흐르듯이 이뤄진 정황에 주목하고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수사는 결국 박 대통령과 최씨가 어떤 관계였는지 밝히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나성원 황인호 기자 naa@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