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새누리당에서 분당하는 개혁보수신당(가칭)이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개혁입법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한 촛불 민심의 개혁 요구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크다. 실현 가능성이 높아진 ‘조기 대선’을 겨냥한 각 당의 개혁 선명성 경쟁이 불가피하다. 특히 1990년 이후 26년 만의 ‘4당 체제’ 성립으로 야당 주도의 입법 환경이 구축됐다.
야권이 마련 중인 개혁 법안은 크게 5가지 주제로 분류된다. 야권은 사정기관·재벌·언론·정치·사회 등 각 분야의 굵직한 현안을 다룰 법안을 내년 1월 협의를 거쳐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구상이다. 민주당은 새로 창당하는 개혁보수신당과 이달 말 원내대표 선출을 앞둔 국민의당 사정을 감안할 때 1월 임시국회 소집은 어렵다고 보고, 개혁과제 공론화에 당력을 집중키로 했다. 개혁보수신당이 동의할 경우 200석 이상의 의석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에 일부 법안 통과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가장 우선적으로 논의되는 법안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이다.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고위공직자와 그 가족의 비위행위를 수사 대상으로 하는 공수처는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관련법이 발의된 지 14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현실화되지 못했다. 새누리당 등 보수세력의 반대 때문이었다. 이들은 삼권분립 위배, 표적수사 우려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최근 진경준·홍만표 전 검사장 등 검찰 고위직 비리가 잇따라 터졌고,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검찰 출신 인사들도 여러 의혹이 불거지면서 여론 환경이 변했다. 야권은 지난 8월 공수처 설치법을 공동 발의했다.
재벌 개혁도 우선순위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제민주화를 기치로 내걸어 지난 20대 총선에서 제1야당이 됐다. 일감 몰아주기는 물론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통한 삼성 경영권 승계, 롯데 일가 경영권 분쟁 등 재벌기업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가 여야의원 122명과 함께 재벌 지배구조에 손을 대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 법은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다중대표 소송’을 도입하는 것이 골자다. 윤호중 정책위의장은 26일 “촛불 민심을 수용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난 부패 청산과 정경유착 청산을 중심으로 한 법안을 관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강도 높은 상법 개정안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법안 통과를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국민의당은 20대 국회에서 관련법을 발의했다. 상법 개정안을 발의한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은 26일 “민주당과 의견 조율을 통해 단일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성식 정책위의장도 “개혁입법은 2월 임시국회가 집중해야 할 과제”라며 “신속처리절차만 밟으면 한 달 내로 처리가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사회문제 진상규명을 골자로 한 각종 특별법도 이번 기회에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세월호 및 가습기 살균제 사고 후속조치를 위한 ‘사회적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을 선제적으로 내놨다. 이 법안은 내년 2월 임시회의 통과를 목표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다. 법안이 통과되면 해묵은 이슈였던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기한 연장 및 인양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당도 최순실씨 일가의 은닉재산 환수를 위한 ‘민주헌정 침해자의 부정재산 환수 특별법’을 발의했다. 부친 최태민씨로부터 증여받은 재산과 박근혜정부에서 취득한 불법 정보로 최씨 일가가 수천억원을 축재한 의혹이 있기 때문이다.
야권은 지상파방송 지배구조 개선 등 언론 개혁도 시도하겠다는 입장이다. 야3당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를 중심으로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해 왔다.
다만 선거법 개정안 등 정치개혁 법안은 야권 내부 이견으로 처리가 불투명하다. 선거 가능 연령을 만 18세로 내리는 것은 야3당 모두 찬성하지만 독일식 정당명부 비례대표제 도입은 민주당이 거부할 공산이 크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민의에 어긋나는 승자독식 구조”라며 현행 선거제도를 이번 기회에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글=백상진 권지혜 문동성 기자 sharky@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
2野+개혁보수신당, 2월 ‘개혁 입법’ 속도 낸다
입력 2016-12-27 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