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이름을 묻는 건 꽤나 의미 있는 일이다. ‘당신을 알고 싶다’는 서툰 표현일 테고, ‘좀 더 오래 기억하겠다’는 의지일 것이며, ‘우리의 인연이 시작됐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 그래서 묻고 또 묻는다. 절대로 잊지 않고 싶은 그 사람의 이름이 무엇이냐고.
영화의 외피는 판타지 로맨스다. 산골 소녀 미츠하의 평범한 일상이 먼저 그려진다. 언덕배기의 전통가옥에서 할머니·여동생과 함께 사는 미츠하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풍습을 묵묵히 이어간다. 하지만 카페 하나 없는 따분한 시골 생활에 이골이 난 그는 화려한 도시를 동경한다.
천년에 한번 지구에 근접한다는 혜성 소식으로 떠들썩하던 어느 날, 미츠하는 믿기 힘든 경험을 하게 된다. 도쿄 도심에 사는 소년 타키와 몸이 뒤바뀐 것이다. 꿈인 줄 알았으나 분명 현실이다. 계속 반복되는 얼토당토 않는 상황에 당황해하던 두 사람은 서서히 적응을 해나간다. 각자의 일상을 메모해 바뀐 삶을 공유하며 서로에 대해 알아간다.
타키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미츠하를 찾아 나서기로 결심한다. 어렴풋이 기억 속에 남아있는 풍경을 떠올려 가까스로 시골 마을에 도착한다. 그런데, 그곳은 이미 혜성 충돌로 폐허가 돼있었다. 타키는 포기하지 않았다. ‘우린 만나면 분명 바로 알아볼 것’이라는 믿음으로 미츠하를 찾아 헤맨다.
이들의 사랑은 아련하고도 뭉클하다. 오직 둘만이 서로의 존재를 느끼면서 인연의 끈을 붙잡는다. 이는 어쩌면 잃어버린 자아를 찾고자 하는 간절함일지도 모르겠다. 반짝이는 상상력으로 빚어낸 이야기가 순간순간 멍해지는 감동을 선사한다.
한 꺼풀 벗겨내면 좀 더 묵직한 메시지를 마주하게 된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이 영화를 기획할 때 2011년 동일본 지진이 남긴 상처를 떠올렸다.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그 끔찍한 재난을 되돌리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다. ‘그들을 구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바람은 헛될 지라도 ‘결코 잊지 않겠다’는 약속만큼은 굳건하다.
지난 8월 일본에서 개봉한 ‘너의 이름은.’은 현지에서 기록적인 흥행을 거뒀다. 무려 15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세월호 참사를 겪은 우리나라 관객들도 적잖이 공감할 듯하다. 국내 개봉은 내년 1월 4일. 106분. 12세가.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너의 이름은.’ 반짝이는 상상이 뭉클해지는 순간 [리뷰]
입력 2016-12-28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