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고등어는 공적(公敵)이 됐다. 환경부가 미세먼지 주범으로 고등어구이를 꼽아서였다. 정부의 ‘뜬금없는’ 발표 후 미세먼지 유발원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높아졌다. 노후 경유차, 자동차 타이어 마모 등 다양한 원인이 지목됐지만 제일 눈총을 받는 곳은 석탄화력발전소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이 지역별 석탄화력발전의 미세먼지 유발물질 배출량을 비교·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충남 지역(총 26기) 미세먼지 배출량의 34%, 경남 지역(총 14기)은 39%가 석탄화력발전에서 뿜어져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평균(10%)의 3배가 넘는 수치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석탄발전소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전력난에 ‘가성비’가 좋은 석탄발전소 가동률은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폭염이 이어지던 지난 8월 석탄발전소가 생산한 전력량은 전력 거래량 통계가 잡히기 시작한 이래 역대 최대치였다.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8월 석탄발전소가 생산한 전력 거래량은 1만9115GWh였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최근 내놓은 에너지 수요전망에서 내년 발전용 석탄(유연탄) 수요가 총 8400만t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올 하반기부터 태안 9호기, 당진 9·10호기, 북평 1호기, 삼척그린 1호기 등이 가동에 들어갔고 내년 상반기엔 태안 10호기, 북평 2호기, 신보령 1·2호기, 삼척그린 2호기 등 5곳도 가동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정부의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오는 2022년까지 새로 지어지는 석탄발전소는 20기(18.1GW)다. 노후 발전소를 모두 폐쇄해도 지금보다 14.8GW나 많은 석탄발전이 이뤄지는 셈이다.
발전사들도 석탄은 석유 등에 비해 원재료 단가가 저렴한 데다 기존 발전소를 없애고 친환경 발전소를 짓는 과정도 쉽지 않다는 점을 토로한다.
민간발전소 관계자는 “발전사들이 생산하는 발전량 중 70∼90%가 석탄발전소”라며 “이를 대체할 신규 발전소를 짓기 위한 자금도 없고 지역 주민들의 동의도 얻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2060년 대기오염으로 인한 한국인 조기 사망자 수가 2010년보다 3배 이상 늘 것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경고에 정부 역시 심각성을 깨닫고 대책 마련에 나서는 모습이다. 하지만 당장 석탄발전소 폐쇄가 힘들어 환경설비 교체 등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6일 충남 지역 주요 석탄발전단지인 보령화력발전소를 방문해 발전 5사 사장 및 전력거래소 이사장과 ‘석탄발전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 저감을 위한 이행협약’을 체결했다. 노후 석탄발전 10기 폐지, 기존 석탄발전 43기의 환경설비 전면교체, 건설 중인 석탄발전 20기에 2030년까지 총 11조6000억원을 투입해 환경설비를 갖추는 게 주 내용이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기획] 앞뒤 안맞는 석탄발전소… 앞에선 “노후 10기 폐지” 뒤론 전력난에 가동 늘려
입력 2016-12-27 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