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물켠 이란 자본 2조원 유치… 충북, 오송투자협약 포기 선언

입력 2016-12-26 20:55
충북도는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이란 자본의 2조원대 오송 투자와 청주공항 항공정비(MRO)단지 조성사업을 포기했다. 지방자치단체의 대규모 외국투자유치와 관련해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체계적인 점검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북경제자유구역청(경자청)은 26일 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더 이상 이란 측 투자 의지만 보고 기다리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란전통의학공동연구소 설립 추진 사업 현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도는 지난해 4월 청주 오송에 신약개발 연구소 및 생산시설을 설치하겠다는 이란 업체와 20억 달러(2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이란 측은 전통의학 공동연구소, 임상병원 설립, 복제약 생산 등에 투자할 방침이었다.

경자청은 최근 미국 상원의 이란 제재법(ISA) 연장 통과와 대통령 탄핵 등 국내 정세의 불안으로 이란의 투자금 송금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연구소 부지로 유보해 뒀던 땅은 싱가포르의 한 바이오시밀러(복제약) 기업이 사용하게 된다. 이 기업은 2025년까지 2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이미 200억원 상당의 투자금도 송금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경자청은 내년 1월 이란 측에 서한을 통해 사업 종료를 공식 통보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경자청은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청주 MRO단지 유치 사업의 포기도 선언했다. 경자청은 청주에어로폴리스 1지구 13만8600㎡ 중 2지구와의 연결통로(4만9500㎡)를 제외한 8만9100㎡를 공항 활성화 지원시설 등의 용도로 기업·기관에 분양해 투자금을 회수할 계획이다.

경자청은 그동안 195억원을 들여 청주공항 MRO 단지가 들어설 1지구의 토지 매입비, 토목 공사비 등으로 지출했다. 2지구는 현재 추진 중인 실시설계를 중단하고 향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될 경우에 추진할 예정이다.

경자청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아시아나항공 등 기업과 손잡고 청주공항 인근 에어로폴리스에 MRO단지 조성을 추진했지만 두 회사 모두 검토만 하다 사업 계획을 철회했다.

경자청 관계자는 “이란 측의 향후 10년간 20억 달러 투자계획이 어렵게 된 것에 대해 도민들께 죄송하다”며 “앞으로 투자 실현의 불확실성에 대한 점검 체계를 보다 견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청주=홍성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