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김기춘·우병우 다 모른다”… 정유라 얘기에 눈물

입력 2016-12-26 17:36 수정 2016-12-26 18:03
국회 최순실 국정조사특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26일 최순실씨가 수감 중인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현장 청문회를 열고 증인들을 기다리고 있다.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등 증인들은 이번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국회사진기자단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국정농단의 주범 최순실(60)씨는 26일 구치소 수감동을 찾은 국회 국정조사특위 위원들의 질문에 부인으로 일관했다.

최씨는 특히 ‘당신이 죽어서라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기각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김성태 특위 위원장이 전했다.

국회 최순실 국정조사특위가 이날 최씨가 수감된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의 수감동을 찾아 2시간 30분 동안 최씨를 비공개 신문했다.

최씨는 국정농단 의혹을 묻는 특위 위원들의 질문에 모두 부인으로 일관했다. 최씨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모른다”고 답했고, 박 대통령과의 공모관계도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최씨는 “나라에 혼란을 끼쳐 죄송하다”는 말은 했다고 한다. 최씨는 특히 딸 정유라(20)씨 얘기가 나오자 울음을 터트렸다고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이 전했다.

청문회는 오전 10시 시작 예정이었지만 최씨는 물론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에 수감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도 출석하지 않았다. 특위는 이들이 3차례 동행명령에도 불응하자 남부구치소에 의원 7명을 보내 별도 현장조사를 하고, 최씨에 대해선 수감동을 직접 방문키로 의결했다.

특위는 구치소 측과 최씨 면담과 관련한 지루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특위는 애초 구치소 측과 협의 끝에 ‘독방 청문회’ 대신 수감동에 위치한 상담·면회실에서 최씨를 만나기로 결정했다. 김 위원장 등 여야 의원 9명이 부랴부랴 수감동으로 동행했다. 특위는 또 영상·사진 기자의 취재를 의결했으나 구치소 측이 보안을 이유로 거절해 결국 김 위원장이 홀로 휴대전화를 들고 입장했다. 앞서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5공 청문회’ 당시 장영자·이철희씨를 각각 국회 의결로 수감된 방에 열쇠를 따고 들어가서 조사했다”며 ‘독방 청문회’를 제안했다.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도 “국가인권위원과 판검사도 법적으로 방문조사가 가능하다”며 “국가 기관이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때 직접 조사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랑이는 계속됐다. 구치소 측이 휴대전화 소지를 문제 삼아 접견을 허용하지 않았고, 격분한 특위 위원들은 휴대전화로 페이스북 라이브방송을 진행하며 ‘농성’을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구치소에 들어왔는데도 최씨를 못 만나고 있다. 지금 서울구치소는 ‘최순실 보호소’”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안민석 의원은 “최순실씨 숨어있지 말고 나오세요”라고 소리쳤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도 “이런 경우가 도대체 어디 있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김 위원장은 “수감동까지 들어왔지만 최씨를 직접 신문하지 못하고 있다”며 “최씨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부분에 대해 서울구치소장과 협의했지만 완강하다”고 방송을 접었다.

특위와 서울구치소 측은 실랑이 끝에 오후 3시 정도부터 특위 위원들이 수감동의 별도 장소에서 최씨와 2시간 반 동안 현장 심문을 진행하는 것을 결론지어졌다.

1997년 15대 국회 시절 한보 국정조사특위는 서울구치소에서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을 청문회 증언대에 세웠다. 당시 TV로 생중계된 청문회에서 정 회장은 “기억이 없다” “재판 중이라 답변하기 어렵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고승혁 양민철 기자 marquez@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