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문시장, 화재 열기 식자 관심도 식어… 막막한 하루벌이 삶

입력 2016-12-26 17:45
26일 대구 서문시장 4지구 화재현장에 설치된 가림막에 비상대책위원회 현수막과 상인들이 이전장소와 연락처를 적은 안내문이 빼곡이 붙어 있다. 오른쪽 2지구 상가는 영업 중이다.

“손님이 크게 줄었지만 그나마 찾아오는 손님들도 시장에서 아직도 탄내가 난다고 하네요. 장사가 돼야 먹고 사는데 막막하기만 합니다.”

화마가 할퀴고 지나간 대구 서문시장을 26일 다시 찾았다. 지난달 30일 새벽 4지구 상가에서 큰 불이 난지 한달이 다 돼가지만 시장은 상처가 아물지 않은 탓인지 한산하고 침울한 분위기였다. 또 시장에서는 여전히 탄내가 났다. 상인들도 “손님들이 탄내가 나 싫어한다”고 울상을 지었다.

화재가 난 4지구 상가 주변에는 사람 키보다 높은 울타리가 설치돼 있었다. 울타리 벽면에는 4지구에서 장사를 하던 가게 이름, 상인의 전화번호, 임시로 장사하는 장소 등이 적혀 있는 안내문이 빼곡히 붙어 있었다.

화재 당시 서문시장은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 정치인들이 줄줄이 서문시장을 찾는 등 요란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례적으로 서문시장의 특별재난지역 지정도 검토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관심은 줄어들었다. 지난 13일 정부 관계자가 특별재난지역 지정은 어렵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대체상가 선정, 상가 철거 등 당장 시급한 사항도 진행이 더디다. 피해 상인들은 우여곡절 끝에 시장 인근 베네시움 쇼핑몰 부지를 대체상가로 지목했다. 중구 등은 상가 입점 가능 여부를 검토 중이지만 상가 입점이 이뤄지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장사가 급한 상인들은 인근 빈 점포를 찾아 스스로 살길을 찾고 있었다.

피해 상인 강모(56)씨는 2지구에 있는 친구 가게 일부를 빌려 전화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장사를 시작했다. 그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상인들이 무작정 대체상가가 결정되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며 “지하상가, 인근 점포 등 빈 곳이 있으면 일단 들어가고 보자는 것이 상인들 마음인데 이 때문에 최근 서문시장 인근 빈 점포 임대료가 크게 올랐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지구 상인들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2지구에서 옷을 팔고 있는 배이준(48)씨는 “우리 가게도 매출이 화재 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며 “시장이라는 곳이 원래 한데 어우러져 굴러가는 곳인데 덩치가 큰 4지구가 장사를 제대로 못하니 우리도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배씨는 “4지구 인근에서 노점을 하던 상인이나 주변 상인들에 대한 지원책이 부족한 상황이라 시장 전체가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대구 중구는 서문시장 4지구 피해상인 551가구에 1차 생활안정 생계비 4억9000여만원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또 서류를 준비하지 못해 1차 생계비 신청을 못한 상인을 상대로 추가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대구=글·사진 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