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트위터’ 사랑이 정치·외교적으로 독(毒)보다 득(得)이 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내 정치 이슈는 물론 민감한 외교·안보 문제에 대한 거친 생각을 트위터에 쏟아내는 트럼프의 버릇이 오히려 ‘훌륭한 전략’일 수 있다는 시각이다.
트럼프의 최측근인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25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출연해 “트럼프의 트위터 외교가 훌륭하다”면서 “의제 설정 측면에서 빠르고 반복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상을 또 한 번 발칵 뒤집은 트럼프의 지난 22일 트위터 발언에 대한 평가였다.
트럼프는 당일 “미국은 세계가 핵무기와 관련한 분별력을 갖출 때까지 핵 능력을 대폭 강화하고 확장해야 한다”는 글을 트위터에 남겨 미국이 핵 경쟁에 돌입하느냐는 논란에 불을 붙였다. 앞서 무슬림 입국, 보잉과 록히드마틴의 전용기 및 전투기 가격, 미국 외로 이전하려는 기업, 언론사 등을 공개적으로 저격한 발언보다 수위가 높았다.
깅리치 전 의장의 논평을 ‘제 식구 감싸기’로만 볼 수는 없다. 워싱턴포스트(WP)도 지난 24일 ‘트럼프의 양치기 개(sheepdog) 화법’이라는 사설을 통해 트럼프의 트위터 발언들이 나쁘고 무책임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전략적으로 트위터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WP는 “트럼프의 언어 사용은 양치기 개가 특정 방향으로 내달려 양떼를 모는 것처럼 원하는 목표로 향하는 고도의 조종술”이라고 했다. 이어 “양치기 개는 거친 소리를 내며 양들을 괴롭히지만 늑대는 아니다”고 썼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연설담당관을 지낸 존 맥터난도 지난 21일 CNN에 기고한 ‘트럼프가 트위터 사용법에 대한 마스터 클래스를 제공하고 있다’라는 글에서 비슷한 풀이를 내놨다. 그는 “소통 창구를 찾는 데 천재적인 트럼프가 간결하고, 빠르고, 즉각적이며 무엇보다 직접적이고 중개가 필요 없는 트위터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라디오로 대중을 사로잡은 것과 같은 현상이라는 것이다. 맥터난은 “트럼프가 메시지의 홍수 속에서 정치적인 메시지는 무시하면서도 갈등과 싸움을 지나치지 못하는 대중의 특성을 즐기고 있다”고도 했다.
하지만 트위터 글이 혼란을 키운다는 비난도 있다. 특히 트럼프는 해석의 여지가 분분한 지난 22일의 ‘핵폭탄’ 발언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앞서 23일 WP가 분석기사를 통해 “트럼프는 사방으로 폭죽을 던지는 것을 즐기는 듯하다”고 지적했던 이유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공보담당 국방차관보였던 더그 윌슨은 “트럼프가 핵무기 확산을 말하는 것인지 핵 능력의 현대화를 잘못 말한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다듬어지거나 확정되지 않은 사안을 트위터로 즉각 언급하는 것도 혼선을 더할 수 있다. 트럼프가 지난달 22일 뉴욕타임스(NYT) 방문을 취소하고 다시 번복하는 소동을 벌인 것이 대표적이다. 모두 트위터에서 4시간여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글=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트럼프 트윗은 양치기 개… 이슈몰이 효과 크다
입력 2016-12-27 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