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총회장들이 ‘한국교회 단일 연합기구’ 복원을 선언하고 ‘새 틀’ 짜기에 돌입했지만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은 여전히 팔짱을 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교연 설립·운영에 크게 기여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이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교회 연합을 거부하는 한교연
지난 22일 이성희(예장통합·사진) 김선규(예장합동) 이종승(예장대신) 여성삼(기독교대한성결교회) 이영훈(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여의도순복음) 유관재(기독교한국침례회) 총회장, 전명구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등은 만장일치로 한국교회 연합기관을 복원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한교연은 “절차가 잘못됐다”며 한국교회 전체의 바람과는 반대되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한교연 관계자는 26일 “우리도 한국교회의 하나 됨을 적극 찬성한다”면서 “그러나 지금의 논의 구조는 뭔가 잘못됐다. 중매쟁이(교단장회의)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교연을 중매할 생각은 않고 본인이 나서서 결혼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가만히 있는 단체(한교연)를 왜 자꾸 건드리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교단장회의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교단장회의는 ‘중매쟁이’가 아니라 한국교회를 이끄는 대표자들의 모임”이라면서 “교회 분열의 책임이 있는 한교연 전 대표회장들은 대승적 차원에서 한 발 물러서 달라”고 부탁했다. 교계 다른 관계자도 “한국교회가 국내 1대 종교가 됐는데 언제까지 분열 상태로 머물 것이냐”면서 “한교연이 바른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이제는 예장통합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할 때”라고 밝혔다.
한교연을 사실상 움직이는 예장통합
예장통합은 한교연 운영에 적잖은 영향력을 미치는 교단이다. 한교연 교단 분담금 3억6500만원 중 23.9%(8731만원)를 납부해 재정기여도가 가장 높다. 총대 355명 중 44명(12.3%), 법인이사 31명 중 8명(25.8%)을 예장통합에서 파송한다. 군소교단이 2명의 총대를 파송하는 것을 볼 때 매우 높은 수치다.
예장통합은 한교연 설립 과정에서도 절대적 기여를 했다. 홍재철 전 한기총 대표회장의 전횡에 맞서 2011년 ‘한기총 정상화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2012년 한교연을 출범시킨 것도 사실상 예장통합이다.
박명수 서울신대(교회사) 교수는 “한기총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로 나뉜 한국교회가 2012년 3개로 분열됐는데 그 중심에 사실상 예장통합이 있었다”면서 “교단의 역사성과 교세, 진보·보수교계를 아우르는 역할을 보더라도 예장통합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대표 교단답게 한국교회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해 달라”고 제안했다.
유관재 기침 총회장도 “중세 종교개혁이 일어난 것은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진노의 하나님’만 가르쳤기 때문”이라면서 “모든 교단, 교회가 한국교회의 하나 됨을 바라고 있다. 한교연이 제발 기득권을 내려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연합기관이 교회·교단 뜻과는 상관없는 정치 인사들의 ‘놀이터’가 되지 않도록 예장통합이 한교연을 이끌고 대화 자리로 나와 달라”고 당부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한국교회 연합, 예장통합 결단에 달렸다
입력 2016-12-26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