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노보텔앰배서더호텔에서 열린 '제84차 당뇨병 인슐린펌프 워크숍'에서는 두 명의 강사가 인슐린펌프의 효과에 대한 강연에 나서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체코인 밀로스 코작씨와 강승엽씨로 당뇨병을 앓는 자녀를 둔 부모들이었다.
코작씨는 지속적 혈당측정 데이터를 이용한 췌장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인물이다. 인슐린펌프에 이를 연계시킨 프로그램을 시연한 것이다. 코작 씨는 “아들을 위해 개발한 프로그램이지만 많은 분들이 이용하도록 공개하는 것”이라며 “스스로 체크해 필요한 양만 인슐린을 공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가장 적합한 기기가 한국산인 다나인슐린펌프”라고 했다.
경남 김해에서 온 강씨도 “이 인슐린펌프 정보를 국내 의사에서 들은 게 아니라 외국 당뇨관련 자료를 체크하다 발견해 사용하게 됐다”며 “여덟 살 어린아이인 딸이 주사요법으로 치료했을 때와 전혀 다르게 안정되고 정상수치를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다나인슐린펌프의 높은 효과를 인정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기존 치료시 저혈당 위험 때문에 딸이 잠 들었을때도 아내와 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인슐린펌프 치료 후에는 숙면을 취할 수 있어 매우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인슐린펌프를 1979년 최초로 개발하고 발전시켜온 최수봉(65) 박사는 펌프의 효과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며 활동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인슐린펌프를 이용한 당뇨병 치료 및 완치 사례가 국내외적으로 계속 보고 되고 있다.
지난 11월 9∼11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세계당뇨병신기술학회에 참석해 국제의료진과 학술교류를 가진 최 박사는 내년 2월 15∼18일 파리에서 열리는 제10차 국제당뇨병치료학회의 강사로 초청받았다.
‘당뇨병완치의 과학적 고찰’을 주제로 치료효과를 소개하는 최 박사는 “당뇨병은 완치가 불가능하고 평생 고통을 받는다 하는데, 결코 불치병이 아니며 완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 박사는 그간의 연구 결과와 임상환자 경험을 바탕으로 “당뇨병 이제 끝” 이라는 제목의 환자용 책을 발간, 큰 호응을 얻으며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유튜브에서 최 박사를 검색하면 환자 300여명의 체험사례를 볼 수 있다.
국내 환자가 500만명에 이르고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앓고 있는 질병이 바로 당뇨병이다. 이 병의 치료를 위해 외길을 달려온 최 박사는 국내 수많은 환자들에게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 주는 전도사로 소문이 나 있다.
“자포자기하는 환자들에게 기도해주며 나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용기를 심어줍니다. 인슐린펌프를 착용한 환자들은 당화혈색소가 정상으로 유지되고 췌장 베타세포기능도 회복되고 있어요. 치료가 된다는 것입니다. 착용이 빠를수록 효과가 높습니다.”
이 인슐린펌프는 세계 60여 개국에 보급돼 있고, 미국 식품의약품안전국(FDA)의 승인도 받았다. 최 박사는 “그런데 유독 한국 의료진만 환자들에게 소개를 잘 하지 않고 있어 의사로서 너무나 안타깝다”고 했다.
충북 충주시는 지난해 5월 최 박사를 명예시민으로 위촉하고 충주를 당뇨바이오특화도시로 선포했다. 최 박사가 충주 건국대병원에서 지난 20여년간 12만여명의 국내외 당뇨병 환자를 진료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경기고, 서울의대·대학원을 졸업한 최 박사는 내분비 및 대사학 분야를 전공한 전문의다. 그는 현재의 당뇨병 치료법이 장기간 약을 복용하고 식이요법을 사용해도 결국 췌장기능이 상하고 몸 여러 곳에 이상이 오는데 반기를 들고 해결법을 찾기 시작했다. 당뇨로 고통 받는 무수한 가정들을 보며 이를 도와야겠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당뇨병은 흡수된 포도당을 온 몸 세포에서 이용하게 해야 하는데 이를 못하게 돼 혈액에 당이 남고 혈액순환이 안 돼서 합병증이 생기는 질병이다. 그래서 필요한 적시에 인슐린을 공급해 줌으로 정상인과 같은 상태가 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인슐린펌프의 기능이다.
최 박사는 “인슐린펌프가 이제 리모트컨트롤로 손쉽게 주입되는 건 물론 수시 혈당체크 기능이 이뤄지고 있다”며 “수술이 아니고 복부에 아주 미세한 4㎜ 길이의 침을 꽂으면 되는 것이라 활동에 전혀 지장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 박사의 선교열정도 남다르다. 교회설립과 지원에도 헌신해 온 그는 자녀와 손자까지 6대에 이르는 신앙 명가의 전통을 잇고 있다. 인슐린펌프 치료를 더욱 연구해 당뇨환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주자는 것이 목표라는 최 박사는 현재 매주 화·수요일 충주 건국대병원에서 진료를 하고 있다(dangin.co.kr·043-845-2129, 1544-8454).
■50대 급성 당뇨환자 치료기
"당뇨수치 520이 1년여 만에 정상 단계로 호전"
경남 남해가 고향이다. 어린 나이부터 배를 타기 시작했다. 거친 파도를 헤치며 물고기를 잡는 일은 고되고 힘든 일이었지만 바다는 내 삶의 터전이었다.
나름대로 성실하게 일했고 결혼한 뒤 크지 않지만 작은 배를 하나 장만해 아내와 같이 고기를 잡으며 살고 있다. 사시사철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데 잘 잡히는 날도 있지만 기름만 낭비하고 고생만 한 채 돌아오는 날도 적지 않다.
삶 자체가 내겐 불규칙할 수밖에 없었다. 힘쓰는 일을 하고 돌아오기에 자연히 선후배 동료와 어울려 술을 많이 마셨다. 술자리가 없으면 늘 허전했다.
내 나이 59세였던 지난해 7월이었다. 무더운 날씨 속에 여전히 매일 술을 마셨는데 이상하게 물을 많이 먹고 화장실을 자주 가는 나를 발견했다.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는데 2달 만에 무려 10㎏이 빠졌다.
주위의 권유로 병원을 갔는데 증세를 묻더니 당뇨수치 검사를 했다. 무려 520㎎/dl이 나왔다. 엄청난 수치라 의사도 깜짝 놀랐다. 다음날 공복에 다시 측정해도 470㎎/dl이 나왔다. 보통 126㎎/dl을 넘을 경우 당뇨로 진단하니 보통 심각한 상태가 아니었다.
그런데 주변에 심한 당뇨로 고생하다 인슐린펌프를 착용해 건강하게 된 형님들이 세 분이나 계셨다. 그분들이 병원에서 약 먹고 주사 맞다보면 좀 나아지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더욱 나빠진다고 했다. 우리처럼 바다일 하는 사람들은 인슐린펌프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며 적극 권했다.
급성 당뇨였지만 형님들 의견을 받아들여 충주 건국대병원 최수봉 박사를 찾아갔다. 2주간 입원한 뒤 작동방법을 잘 배워 인슐린펌프를 착용했다.
내 몸 상태에 맞춰 인슐린을 넣어 주는 이 기기는 단숨에 내 몸을 회복시키기 시작했다. 먹는 것도 마음껏 먹었지만 최 박사가 얘기해준 '운동하기'나 '술 안 마시는 것'은 철저히 지켜나갔다. 당뇨 수치는 몰라보게 회복되기 시작했고 착용 1년이 지난 7월에 최 박사로부터 기쁜 소식을 들었다.
"하태진님, 착용 후 열심히 치료에 임하셨고 제 지시도 잘 따라 주셔서 거의 완치 단계입니다. 2개월 후 검사해서 정상이면 그 땐 인슐린펌프 기기를 떼도록 하시지요. 더 이상 안차셔도 됩니다."
너무나 기뻤다. 드디어 지난 11월 8일 인슐린펌프를 떼게 됐다. 예전처럼 정상의 몸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박사님 이야기로는 내가 급성이었지만 당뇨 초기에 빠르게 이 기기를 착용해 효과가 더 컸다고 했다.
인슐린펌프 1∼12단계 중 10단계로 약을 넣었던 나였다. 점점 줄어 1단계에서 이제 기기를 벗어 정상인으로 활동하게 된 것은 인슐린펌프 덕분이다. 이 기계를 개발해 보완시켜 오신 최 박사께 감사드리고, 국내 수많은 환자들에게 나의 완치사례를 잘 알려 드리고 싶다.
기획특집팀
자동 주입 인슐린펌프로 당뇨병 완치의 길 열었다
입력 2016-12-27 2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