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뒷談] 골깊은 기재부 정책·예산라인 ‘이혼’ 위기

입력 2016-12-26 18:35

옛 재정경제부의 경제정책과 기획예산처의 예산 기능을 묶어 기획재정부가 출범한 지 10여년이 지났다. 하지만 경제정책과 예산 부문의 갈등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충돌지점은 추가경정예산 편성이다. 양측은 최근 정치권에서 ‘내년 조기 추경’에 불을 지피자 서로 상반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기재부 경제정책국 등 정책라인은 내년 경제정책방향에 추경 편성을 염두에 두는 등 추경을 불가피한 선택으로 본다. 반면 예산실은 “내년 예산을 아직 한 푼도 집행하지 않았는데 무슨 소리냐”며 격앙하고 있다.

박근혜정부 들어 3번의 추경 때마다 양측의 규모, 시기 등을 놓고 미묘한 대립구도를 형성했다. 예산실은 최대한 나라곳간을 지키려고 했다. 경제정책라인은 곳간을 축내서라도 성장잠재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9월 반목은 극에 달했었다.

기재부 예산실 관계자는 26일 “당시 경제정책국에서 참고용이라고 추천사업안을 들고 왔다”면서 “황당해서 직원들에게 진짜 참고만 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올 상반기에는 과장 인사안을 두고 정책라인을 총괄하는 최상목 1차관과 예산라인의 송언석 2차관이 서로 언성을 높이는 일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에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예산실은 ‘독립’을 갈망하는 모습이다. 또 다른 예산실 관계자는 “이제는 지쳐서 서로 싸우지도 않는다”면서 “이혼 분위기가 무르익은 것 같다”고 했다. 이와 달리 경제정책라인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지금처럼 한 지붕 아래에 있는 것을 선호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금융정책라인이 금융위원회로 떨어져 나간 상황에서 예산라인마저 없어지면 힘이 더 빠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삽화=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