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이후로 저금통에 ‘땡그랑’하고 동전 떨어지는 소리가 이렇게 설레었던 적이 없어요. 올 한 해가 정말 기적 같습니다.”
최근 인천 연수구의 한 식당에서 만난 이건영(64) 인천제2교회 목사는 들뜬 목소리로 한 해를 회상했다.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 잠비아의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세우는 일에 모든 성도들이 마음과 정성을 모으며 한 해를 보냈기 때문이었다.
1년 전 사모와 함께 잠비아로 날아가 후원 결연을 맺어왔던 실베스터(7) 가족을 만난 게 시작이었다. 당시 이 목사 부부의 2박3일 여정은 국민일보와 월드비전(회장 양호승)이 공동 기획한 ‘밀알의 기적’ 캠페인을 통해 기사화되기도 했다. ‘기적’이란 밀알은 한국에 돌아온 후 서서히 싹트기 시작했다. 지푸라기 지붕을 나무기둥으로 간신히 받친 교실, 전기는 들어오지 않고 우기엔 촛불마저 밝힐 수 없던 뭄바초등학교의 현실이 교회 강단에서 성도들에게 전해졌다.
“새해부터 작더라도 저금통에 마음을 모아봅시다.” 이 목사의 제안에 성도들은 적극 응답했다. 교회 사무실, 카페, 식당, 성도들의 가정 식탁 등에 놓인 저금통에 동전 떨어지는 소리가 점점 늘어갔다. 지난 4일까지 모아진 저금통은 320여개. 1280만원어치의 동전이 꽉 들어차 있었다. 그 중엔 거뭇거뭇한 동전과 꼬깃꼬깃한 지폐가 유독 많은 저금통이 7개 포함돼 있다. 교회의 이웃 섬김 사역현장인 노숙인 무료급식소에서 전달된 저금통이다. 교회 관계자는 “배식을 받던 노숙인들이 ‘우리도 받은 사랑을 갚는 마음으로 작지만 귀하게 동참하고 싶다’며 모금에 참여해 성도들도 큰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잠비아 아이들을 위한 학교 세우기’가 올해 이웃 사랑 나눔의 중심축으로 우뚝 서면서 자발적인 모금 아이디어들이 쏟아졌다. 주일마다 성도들이 무료로 이용하던 교회식당엔 식사비 대신 학교건축 후원금이 쌓여갔다. 교회카페는 전년 대비 부쩍 매출이 늘었다. 카페 수익금을 잠비아에 보내기로 하면서 각종 행사가 있을 때마다 외부에서 구입해 쓰던 간식을 교회 카페에서 구입 가능한 것으로 대체했다. 농구대회에 출전해 얻은 상금을 내놓은 교역자들, 바자회 수익금, 계란을 팔아 번 돈을 내놓은 성도 등 잠비아 아이들을 향한 마음은 교회 구성원 누구도 예외가 없었다.
그렇게 한 해 동안 모인 금액은 8000여만원. 이 목사는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몇몇 성도들을 중심으로 후원금을 모았다면 훨씬 빠르게 일이 진행될 수 있었겠지만 성도들이 한 마음으로 소중하게 모은 정성은 일의 진행속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큰 가치가 있다”며 “한 해 동안 바라 본 성도들의 사랑이 곧 밀알의 기적”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건축을 위한 지역주민 모임 및 건축업체 선정 작업을 마친 뭄바초등학교 부지엔 내년 2월부터 교실 3개짜리 건물과 주민들을 위한 식수시설이 세워질 예정이다.
인천=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저금통에 땡그랑 한 푼… 잠비아 학교종 울린다
입력 2016-12-26 20:37 수정 2016-12-26 2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