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꼴찌팀 새 용병이 효자·효녀!

입력 2016-12-27 04:05

지난 3일 OK저축은행은 홈 코트에서 한국전력에 0대 3으로 완패했다. 그날 저녁 OK저축은행 선수들은 풀이 죽은 채 숙소 식당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전날 입국한 새 외국인 선수 모하메드 알 하차다디(모로코)가 생일을 맞은 이민규를 위해 케이크를 준비한 것이다. 이민규와 다른 선수들 모두 감동한 것은 당연지사. 모하메드는 코트 안에서도 제 몫 이상을 해내며 동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여자부 한국도로공사의 교체 외국인선수 힐러리 헐리(미국)도 시원한 성격과 매서운 실력으로 동료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디펜딩 챔피언 OK저축은행의 김세진 감독은 지난 5월 열린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쿠바 국가대표 출신 롤란도 세페다를 뽑은 뒤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세페다가 월드리그 기간 중 핀란드에서 성범죄에 연루돼 OK저축은행은 외국인 선수를 교체해야 했다. 김 감독은 마르코 보이치(몬테네그로)를 데려왔다. 하지만 마르코는 팀 전술에 맞지 않았다. 김 감독은 오프시즌 동안 오른쪽 공격수인 세페다에 맞춰 팀 전술을 짰다. 하지만 마르코는 라이트스파이커로 뛰는 것에 부담감을 느꼈다. 수비형 레프트를 고집하던 마르코는 결국 팀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김 감독이 다시 영입한 모하메드는 타점이 높지만 파워와 서브 능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모하메드는 팀 합류 후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보였다. 외국인 선수를 활용한 전술이 꼬여 버린 OK저축은행은 8연패에 빠지며 최하위를 전전했다.

그러나 한국 무대 적응을 위해 꾸준히 노력한 모하메드는 지난 25일 열린 삼성화재와의 2016∼2017 NH농협 V리그 3라운드 맞대결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했다. 모하메드는 기복 없는 플레이로 30점(공격 성공률 46%)을 뽑아내며 팀의 3대 2(25-18, 25-20, 20-25, 22-25, 19-17)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OK저축은행은 8연패의 늪에서 빠져나왔다.

OK저축은행 관계자는 26일 “모하메드가 합류한 이후 팀 분위기가 밝아졌다”며 “다른 외국인 선수와는 달리 먼저 한국 선수들에게 다가가 얘기를 많이 나누려 한다. 팀 전술과도 잘 맞아 앞으로 좋은 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모하메드와 한께 한국에 온 아내는 모든 경기를 따라다니며 남편을 응원한다. 그게 모하메드에게 큰 힘이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여자부 최하위 한국도로공사도 ‘용병 농사’를 망쳐 마음고생이 심했다. 레즐리 시크라(미국)와 재계약했지만 부상으로 합류가 어려워지자 케네디 브라이언(미국)을 데려왔다. 하지만 브라이언의 기량은 기대 이하였다. 급기야 선수들은 득점 후 브라이언과 함께 세리머니를 하지 않아 ‘왕따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김종민 감독은 고심 끝에 브라이언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헐리를 영입했다. 지난 17일 입국한 헐리는 20일 GS칼텍스전(0대 3 패)에 나섰다. 헐리는 팀 동료들과 호흡을 맞추지 않은 상황에서도 팀 내 최고득점(14점)을 올리며 맹활약을 예고했다. 25일엔 KGC인삼공사전에서 37득점(공격 성공률 46.38%)을 올리며 팀의 3대 2 승리를 이끌었다. 특히 인상적인 장면은 득점에 성공했을 때 폭탄이 터지는 모습을 연상시키는 세리머니를 주도한 것이었다. 소극적이었던 브라이언과는 딴판이다. 27세인 헐리는 붙임성도 좋아 한국의 어린 선수들과도 스스럼없이 지낸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