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신혼부부들은 평균적으로 아이를 1명도 채 낳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혼부부 3쌍 중 1쌍 이상은 아예 아이를 낳지 않았다. 특히 고소득 부부의 출산율이 오히려 낮게 나타나는 등 저출산 문제는 복잡한 양상마저 보이고 있었다. 정부가 단기적인 저출산 대책에만 예산을 쏟아붓지 말고 자녀를 두고 싶은 사회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통계청은 2015년 기준 신혼부부 통계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혼인신고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부부가 대상이며, 올해 처음 나온 통계다.
통계 결과를 보면 초혼 신혼부부 117만9000쌍의 평균 출생아 수는 0.82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자녀를 1명도 출산하지 않은 부부는 전체의 35.5%에 달했다. 최근 혼인한 1∼2년차를 제외한 혼인 3∼5년차 부부 중에서도 19.3%는 자녀를 출산하지 않았다.
우선 주택 보유 여부에 따라서 자녀 수가 달랐다. 주택을 소유한 신혼부부 중 자녀를 출산한 부부는 68.4%였지만 무주택 부부는 그보다 6.9% 포인트 낮은 61.5%였다. 평균 출생아 수를 보면 주택을 소유한 부부는 0.88명, 무주택 부부의 경우에는 0.77명이었다.
하지만 경제력과 아이 출산율이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었다. 부부의 소득이 일정 기준 이상 높아지면 자녀 수가 오히려 줄어드는 경향도 나타났다. 소득구간별 평균 출생아 수는 1000만원 미만 0.83명에서 3000만∼5000만원 미만 0.86명까지 다소 늘어난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소득이 높을수록 출생아 수는 급격하게 줄어든다. 5000만∼7000만원 미만은 0.78명, 7000만∼1억원 미만은 0.71명, 1억원 이상은 0.66명의 자녀를 평균적으로 낳았다.
또 맞벌이 중 자녀가 있는 신혼부부는 전체의 57.9%에 불과했다. 외벌이 부부는 70.1%가 자녀를 둔 것으로 조사됐다. 맞벌이 부부의 평균 출생아 수는 0.72명으로 외벌이 부부(0.90명)보다 0.18명 적었다. 맞벌이 부부가 출산을 더 기피한다는 의미다.
통계를 분석해 보면 ‘경제적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인식은 상황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보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현재의 경제력 때문이 아니라 미래를 대비해 돈을 버느라 바빠 아이를 낳지 않고, 자녀를 키우기 힘든 사회 또는 직장의 여건이 더해지면서 출산율을 낮춘다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주택·교육·고용 등 사회 시스템 전반을 고쳐야 저출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대책기획단 단장은 “취업 확대 등 사회 시스템을 바꾸는 중장기적 정책과 육아 지원 같은 단기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평등사회연구실장은 “자녀를 낳고 키우는 일은 개인과 사회의 공동 책임”이라며 “육아휴직을 마친 뒤에도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신혼부부 36% 아이 안낳았다
입력 2016-12-26 1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