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김종인 前 더불어민주당 대표 “집권 3년간 일 못하면 5년 채워도 일 못해”

입력 2016-12-28 04:01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그는 촛불집회에서 드러난 국민의 변화 열망을 담아낼 정치세력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중도세력을 확보하기 위한 새로운 정치집단이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내년 1월 말 또는 2월 초가 되면 (현재의 국가적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이냐가 국민들 사이에서 중요한 과제로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통령이 돼 처음 3년간 아무것도 못하면 임기 5년을 다 채워도 아무것도 못한다. 따라서 대통령이 되고 싶은 사람들은 개헌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차기 대통령의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는 개헌의 필요성을 주창했다. 인터뷰는 새누리당 비박계가 집단 탈당을 선언한 지난 21일 김 전 대표의 국회 의원회관 집무실에서 이뤄졌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왜 일어났습니까.

“박근혜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정도를 취하지 않은 것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돈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지난 대선 때 경제민주화 공약을 종합해 줬습니다. 재계가 어떻게 하면 이걸 킬(kill)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박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사람으로 찾은 것이 최순실입니다. 당선되고 나더니 창조경제로 대체되고 경제민주화라는 말 자체가 없어졌어요. 본인(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알아서 넣고 빼고 했다기보다는 뒤에서 로비에 걸려든 겁니다. 그 중간역할을 했던 것이 정윤회, 최순실이었다고 봅니다.”

-당시엔 최순실씨를 몰랐나요.

“최순실은 모르고 정윤회는 알았습니다. 거기서 무슨 짓을 하는구나는 짐작을 했지요. 국민에게 공약을 해놓고 지키지 않더군요. 이 정권은 3년만 가면 결과가 뻔할 거라고 봤어요. 결국 이 사태까지 오게 된 겁니다.”

-도대체 ‘박근혜 리더십’은 뭡니까.

“리더십이 없습니다. 리더십은 지도자가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는 것인데 아무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지 않았습니까.”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심리는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200만명이 넘는 국민이 촛불을 들고 나와 요구를 해서 국회가 탄핵결의를 한 것이기 때문에 법률적 사안을 떠나 탄핵은 인용될 수밖에 없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럼 조기대선이 실시될 텐데, 대선 전 개헌은 가능하나요.

“복잡할 거 없습니다. 다 드러나 있어요. 제왕적 대통령제에 문제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70년 대통령제 중 전반 40년은 권위주의적 대통령 체제였습니다. 이승만 대통령부터 전두환 대통령 시절인데 그때 경제적 기반이 구축됐습니다. 동시에 재벌, 이른바 경제세력이 구축되었지요. 87년부터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뽑았지만 그 대통령들이 결국은 경제세력에 농단을 당합니다. 이번까지 여섯 차례입니다. 또 지금 대통령은 당선만 되면 5년 동안 자기 멋대로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를 이렇게 만든 것은 잘못된 대통령제 권력구조 때문입니다.”

-대선 후 개헌 주장도 있습니다.

“국회 개헌특위가 논의를 시작하면 대선 후보들은 20대 국회에서 개헌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것입니다. 약속을 하게 되면 20대 국회 안에 개헌을 할 수밖에 없어요. (개헌 반대 주장은) 패거리를 갖고 대통령에 당선되면 5년 동안 운 좋게 즐겨보자는 것입니다.”

-선호하는 권력구조는요.

“혼자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제도를 유지해선 안 됩니다. 내각이든 정당이든 집단이 책임을 지는 체제로 가야지요. 대통령은 국가의 상징으로 뽑고 모든 책임을 내각에 주는 제도가 좋다고 봅니다.”

-내각제는 총리가 자주 바뀌어 국정이 불안할 수도 있는데요.

“제도적 장치를 두면 됩니다. 독일은 내각제의 안정성을 위해 2년 동안 불신임을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요. 2년간 임기가 보장되는 거죠.”

-대선구도는 어떻게 보십니까.

“새누리당은 정당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없을 겁니다. 중도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치집단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다당(多黨) 구도여서 다음 대통령도 여소야대를 피할 수 없습니다. 국회에서 협치를 하지 않으면 정권을 끌고 갈 수 없는 거지요. 대통령이 되려는 사람은 분명히 인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권력을 독점해서는 나라 운영이 어렵다는 것을 촛불집회가 보여줬습니다.”

-‘비문(非文)+비박(非朴) 연대’가 뜨나요.

“더불어민주당은 총선이 끝나고 원점으로 되돌아가 버렸습니다. 친문(친문재인) 사람들이 최고위원을 비롯해 모두 독식해 운영하는 형태가 돼 있어요. 새누리당은 친박이 그 짓을 한 겁니다. 이번 촛불집회에 나타난 민심을 제대로 읽어야 합니다. 우리 국민은 지적수준이 높고 정보를 다양하게 소비하기 때문에 합리적이고 비판적입니다. 정치인들이 시대적 통찰을 제대로 해야 나라를 끌고 갈 수 있습니다.”

-민주당 주류는 그걸 담아낼 능력이 없다는 건가요.

“능력이 안 되니 패거리를 만들어 그 패거리의 능력으로 살겠다는 겁니다. 리더가 능력이 있다면 화합을 해서 이끌어 가야 합니다. 패권으로 간다면 능력이 있다고 볼 수 없지요. 당을 제대로 끌고 갈 수 없는 사람이 나라를 제대로 이끌 수 있겠습니까.”

-이른바 ‘비(非)패권’을 조직화하는 역할을 할 생각인가요.

“자연발생적으로 생길 겁니다. 일부러 만든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앞으로 시대 흐름에 따라서 내가 역할을 할 수 있다면 할 겁니다.”

-민주당 지지율이 18년 만에 40%를 넘겼습니다. 집권 할까요.

“일반 국민이 볼 때 지지할 정당이 없으니까 확 올라갔지만 언제 빠질지 모릅니다. 당 지지율이나 의석수로 봐선 민주당이 집권할 가능성은 있지만, 후보를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새누리당의 분당은 어떻게 보세요.

“새로운 정치세력이 생길 수 있는 변화여서 긍정적입니다. 과거 자유당 해체과정이나 박정희 대통령이 죽고 난 이후 공화당의 해체과정을 보면 새누리당은 장기적으로 소멸로 갈 것입니다.”

-당대표로 있을 때 대통령감이 안 보인다고 했는데요.

“지금도 대통령감이 안 보입니다. 후보들이 하는 말을 한번 보세요. 촛불집회가 열리는 와중에 1주일도 내다보지 못하는 말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대한민국을 이끌 지도자가 될 수 있겠습니까. 집권하더라도 성공 못합니다. 이번엔 인수위도 없이 당선되면 바로 대통령직을 수행해야 합니다. 고도의 역량을 가지지 않은 사람은 나라를 운영할 수 없습니다.”

-거론되는 사람이 모두 아니면요.

“이재명(성남시장)이라는 사람을 국민들이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갑자기 뜨니 문재인과 경쟁구도로 가는 거 아닙니까. (대선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해도 누가 나올지 몰라요.”

-이 시장이 급부상한 이유가 있나요.

“이재명은 말에 일관성이 있습니다. 자기 머리에서 나온 말을 한다는 것이 다른 사람과 차이가 있습디다.”

-상대적으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은 가라앉았습니다.

“지금 지지율이 대권과 직결된다고는 생각하지 마세요. 과거 이인제나 이회창도 지지율은 높았지만 대통령이 되진 못했습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지지율이 23%로 나오기도 했는데요.

“난 그 여론조사기관의 지지율을 믿지 않아요. 다른 기관의 조사를 봐야 박스권 탈출인지 알 수 있습니다.”

-결국에는 김 전 대표가 문 전 대표를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습니다.

“뭘 도와요? 내가 민주당 당원이니까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 나는 나고 그 사람은 그 사람입니다. 말의 일관성이 없는 사람이 문제가 있다는 것은 확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어떻습니까.

“옛날 반기문과 지금의 반기문은 다르죠. 사무총장 10년간 세계의 대통령으로서 습득한 지식이 있을 것 아닙니까. 그런 걸 활용해서 나라를 위해 자기 몸을 불사르겠다고 하잖아요. 국내 활동도 없는데 20% 나왔으니 자기가 짚고 갈 바탕만 마련되면 27∼28%는 금방 나올 겁니다. 국내에 들어와 어떻게 처신하느냐에 따라 다를 거예요.”

-대선까지 기간이 짧지 않습니까.

“우리 국민만큼 수준 높은 국민이 없습니다. 냉정한 판단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에게 나라를 맡겨야 할 것이냐’ 하는 여론이 형성될 겁니다. 지금은 촛불집회에 의한 여론만 형성되어 있지만 이것이 가라앉고 1월 말, 2월 초 정도 되면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이냐가 중요한 과제로 등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이 가장 두려운 것은 불확실성입니다. 미래가 예측되지 않으면 불안할 수밖에 없어요.”

-직접 출마할 의향은 없나요.

“대선 출마는 여러 여건이 맞을 때 하는 것이지, 쓸데없이 욕심만 갖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흐름이 어떻게 갈지 모르지만 나라가 정상적인 방향으로 가는 데 투신해야겠다고 생각하면 머뭇거리지 않고 올인하겠다는 생각은 갖고 있습니다.”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은 뭡니까.

“국민이 불안해하는 현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가 시대정신입니다. 국민생활 안정과 관련된 슬로건을 제시해야 하지요.”

-경제민주화는 여전히 살아 있는 화두인가요.

“당연하지요. 경제민주화 별것 아닙니다. 기업가는 원래 야수와 같은데 집에서 기르는 개처럼 만들어야 합니다. 최순실 사태도 경제민주화가 안 돼서 나온 겁니다. 경제세력들이 국회와 언론 등을 모두 장악하고 있어요.”

-여러 대선 예비후보들이 자문을 구하러 오는 걸로 압니다.

“올바른 길로 가겠다고 하면 자문을 해주지만 다 소용없어요. 권력을 잡으면 딴 사람이 돼 버립니다(웃음).”

■김종인 전 대표는
‘강호의 고수.’ 4·13총선을 3개월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 들어온 김종인(76) 전 대표가 일사불란하게 당을 이끌어 선거에서 승리하자 이런 찬사가 나왔다. 계파 갈등과 운동권 정당 특유의 아집을 이겨내고 민주당을 원내 제1당으로 만든 공 때문이다. ‘경제민주화’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그는 지난 대선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공약을 만들었고,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멘토’로 활동하기도 했다. 초대 대법원장인 가인 김병로 선생의 친손자로 정치판의 흐름을 읽고 예측하는 눈이 탁월하다. 서울 출생으로 중앙고, 한국외대를 나와 독일 뮌스터대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를 거쳐 11대 국회로 정계에 입문해 비례대표로만 5선이다. 노태우정권에서 보건사회부 장관과 청와대 경제수석을 역임했으며 1987년 헌법 개정 때 경제민주화 조항 신설을 주도했다.

한민수 논설위원 ms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