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매의 이야기를 소개하려 합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집수리 봉사를 하는 우리 교회 ‘봉사전도대’는 2004년 3월 서울 도봉구 쌍문동의 허름한 빌라를 찾았습니다. 그곳에는 어릴 때부터 소아마비를 앓아 걷지 못하는 50대 여성 이혜숙씨가 살고 있었습니다. 소아마비로 인한 1급 장애, 오른쪽 팔의 신경손상, 국가의무교육을 받지 못한 자, 이것이 이씨의 인생 이력서였습니다.
이력만 보면 이씨가 세상을 향한 원망이 가득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표정은 아기 같이 순수하고 밝았습니다. 당시 이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10년 전쯤 교회에 우연히 나갔는데 성도들의 밝은 얼굴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어요. ‘예수 믿으면 저렇게 되는구나’라는 생각에 신앙을 갖게 됐죠. 몸이 불편해서 도움 없이는 교회에 잘 가지 못하지만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신다는 것은 지금도 변함없이 느끼고 있어요.” 그의 말에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당시 이씨는 ‘교회에 나가는 것’ ‘휠체어로 이동하기 편한 낮은 층의 집으로 이사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습니다. 첫 번째 소원은 바로 이뤄졌습니다. 당시 봉사를 갔던 성도들이 그 후 매 주일마다 이씨를 교회에 데려오고, 예배가 끝나면 집까지 바래다줬습니다.
이씨는 이후 지인의 도움을 받아 경기도 안산에 지하 방을 얻어 이사를 갔습니다. 늦은 나이지만 반려자를 만나 결혼도 했지요. 그러던 중 위기가 찾아옵니다. 집이 철거당할 상황에 놓인 것입니다. 당장 거리로 나앉을 처지였지만 이씨는 교회에 절대 알리지 말라고 했다고 합니다. 교회에 누가 될까봐 조심스러웠기 때문입니다.
2007년 3월, 교회의 한 성도가 마흔둘의 젊은 나이에 천국으로 떠났습니다. 그 성도의 남편은 아이들과 부모님 집으로 이사하며 그간 살던 아파트를 교회가 사용해줄 것을 제안했습니다. 교회는 이집을 ‘사랑의 집’이라 명명하고 이씨 내외가 입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들은 2013년 5월까지 살았습니다. 이후 서울 창동에 14평 아파트 전세를 얻어 이사했고, 올해 6월 수락산역 근처 임대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게 됐습니다. 보증금 3600만원의 20년 전세입니다. 수중에 2500만원 밖에 없던 이씨는 차액 마련을 위해 은행 대출도 알아보았습니다. 이 상황을 교회가 알고, 구제부에서 그 차액 1100만원을 지원했습니다. 싱크대와 가구 구입비용도 지원했습니다. 성도들이 모아 준 헌금 덕분입니다.
어느새 이씨도 환갑이 넘었습니다. 지금은 명예권사로 성가대에서 아름답게 섬기고 있습니다. 이사를 앞두고 이씨는 “하나님의 사랑이 놀라워서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그의 목소리에는 감사와 감격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자녀를 사랑하시고, 자녀들끼리 서로 돕게 하신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조현삼 목사<서울 광염교회>
약력=△총신대 신대원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단장 △저서 '관계행복'(생명의말씀사) 외 다수
[나의 목회 이야기] 이제 20년은 집 걱정 없이 살 수 있게 됐습니다
입력 2016-12-26 20: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