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60)씨 간 오랜 관계의 ‘성격’을 규명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박 대통령을 18년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불러 조사하고, 최씨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 전반을 훑는 중이다. 최씨가 단순히 박 대통령의 ‘키친 캐비닛’ 역할을 넘어 일정 부분 경제적 이해를 공유하는 사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특검팀은 성탄절인 25일 구치소에 있는 정 전 비서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 발족 이후 현 정부 청와대 인사가 공개 소환되긴 처음이다. 정 전 비서관은 청와대 기밀문건 47건을 최씨에게 넘겨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다.
특검은 정 전 비서관을 상대로 박 대통령이 최씨와 범행을 공모한 연원이 무엇인지 등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박 대통령-최순실’로 연결되는 제3자 뇌물죄의 구조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우선 박 대통령과 최씨의 유착 배경을 확인해야 한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어려움을 겪을 때 도움을 주는 등 40년간 개인적 친분을 유지한 사이’라는 검찰의 설명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검 관계자도 “이미 기소된 문건 유출 혐의만 보려고 했으면 정 전 비서관을 굳이 다시 부를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과 최씨가 어떤 관계였는지 면밀히 살피려는 이유도 있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두 사람의 관계를 소상히 설명할 수 있는 ‘키맨’으로 거론돼 왔다. 1998년부터 박 대통령을 보좌하면서 각종 정책 결정에 최씨가 개입한 정도를 직접 목격했을 뿐 아니라 양쪽 사이에서 ‘거간꾼’ 역할까지 담당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및 최씨 지인이 운영하는 KD코퍼레이션의 대기업 납품 민원 등 최씨의 개인사업 관련 요청 사항을 박 대통령에게 전달한 것도 그였다. 정 전 비서관과 함께 ‘문고리 3인방’으로 불렸던 이재만·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도 특검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검은 더 나아가 박 대통령과 최씨가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맞닿아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특검은 이미 최씨 일가의 축재 과정을 추적하기 위한 전담팀까지 구성했다. 불법 여부가 밝혀진다 해도 처벌이 힘들 수 있는 최태민씨 재산 형성 과정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시킨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특검은 지난 24일 최씨를 직접 불러 재산 형성 과정 등을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같은 논리에서 박 대통령은 최씨와의 고리 끊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최씨는 인사와 연설문 작성 등에서 조언을 구하는 키친 캐비닛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항변하는 중이다.
한편 특검은 지난해 7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결정을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홍완선 전 연금기금운용본부장을 26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홍 전 본부장은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칠 것을 알면서도 합병 찬성을 강행했다는 혐의(업무상 배임)를 받고 있다.
정현수 나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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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朴-崔 ‘경제적 공유 관계’ 집중 규명
입력 2016-12-25 19:20 수정 2016-12-26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