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우리 증시를 놓고 증권가 전망이 엇갈린다. 글로벌 자본은 위험자산인 주식으로 ‘머니 무브’를 보이겠지만 우리 증시는 아직 ‘불확실성의 안개’에 휩싸여 있다.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벗어나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다는 관측이 있는 반면 우리 증시가 글로벌 흐름을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나온다. 기업 구조조정과 원화 약세, 미국의 통상압력, 중국경기 경착륙 우려 등 변수가 뒤섞여 있어서다.
새해 글로벌 금융시장의 전반적 흐름에는 달리 이견은 없다.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서 채권이나 부동산 등에 묵혀 있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이동할 것이란 평가가 주를 이룬다. 국내에서도 최근 정부의 부동산 억제책이 잇따라 나오면서 투자자금이 주식시장에 몰릴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25일 “정부 정책으로 주택가격 상승이 둔화되면 주식 쪽으로 자금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일부 증권사는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2011년 4월 2231.47)를 돌파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위험요소도 만만찮다. 일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내년에 몇 차례 올릴지가 관건이다. 보호무역주의 흐름 속에서 미국의 통상압력도 거셀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증시 상승 효과도 한국 등 신흥국보다 선진국들이 먼저 맛볼 가능성이 크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겨냥하고 있어 국내 수출기업의 위기감은 높다. 김지형 한양증권 연구원은 “재협상이 추진되더라도 실제 영향력이 발휘되는 시점은 2018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여기에다 중국의 경기 경착륙 변수도 발목을 잡는다. 중국정부가 대출규제 강화, 주택구매 제한 등 조치를 내리면서 경기가 경착륙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국내 기업수익률에 영향을 미친다. 이밖에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사진 교체 가능성, 브렉시트 협상, 프랑스 총선·대선, 미국 정책금리 인상 등 내년 2∼3분기에 대형 이벤트들이 잇따라 대기 중이다.
국내 기업들이 얼마만큼의 회복세를 보일지도 불투명하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의 가치가 재평가되려면 수출과 내수가 개선돼 수익이 지속적으로 회복할 것이란 신뢰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기업들이 비용 절감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을 개선해왔지만 지속 개선이 가능한 선순환 고리가 확보됐다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코스피지수가 국내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박스권을 유지한 것은 ‘삼성전자 착시’ 덕분이었다. 코스피200지수는 연초 이후 8.7% 상승했지만 삼성전자를 제외한 지수 상승률은 0.80%에 그쳤다. 지수 상승의 대부분이 삼성전자 주가가 오른 효과인 셈이다. 반면 중소형주가 몰린 코스닥지수는 한때 600선이 무너지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삼성전자와 같은 대형주에 몰린 탓도 컸다. 외국인 투자자금도 대형주에 쏠리면서 코스피200지수를 구성하는 종목의 외국인 지분율은 37.2%로 사상 최고치였다. 그나마 최근 국민연금이 투자지침을 바꾸면서 이런 현상은 다소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기획] “머니 무브 타고 신고점” VS “악재 널려 박스권 맴돌 것”
입력 2016-12-26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