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순실 게이트’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사법처리하기 위한 기반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특검팀은 25일 ‘체육계 대통령’으로 불리는 김종 전 문화체육부 차관을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김 전 차관은 오후 1시40분쯤 파란색 수의를 입고 특검 사무실에 출석했다. 전날 조사받은 후 13시간 만에 재소환됐다. 그는 김 전 실장에게 인사 청탁을 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침묵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조사할 내용이 많아 다시 부른 것”이라며 “(인사 청탁 의혹도) 조사 대상 중 하나”라고 말했다.
특검팀이 김 전 차관을 이틀 연속 소환한 건 김 전 실장에 대한 본격 수사에 대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풀이된다. 김 전 차관은 2014년 3월 자신과 친분 있는 문체부 전 고위 간부를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해 달라는 청탁을 김 전 실장에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검팀은 수사 개시 이전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을 비공개로 만나 관련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차관과 김 전 실장이 재직 당시 수시로 전화 내지 대면 접촉한 사실도 확인했다.
김 전 실장은 박근혜정부에서 최순실씨가 벌인 각종 인사 전횡의 길목에 서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유 전 장관은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김 전 실장이 (공무원) 성분 검사를 한 후 문체부 김희범 1차관에게 명단을 주면서 ‘자르라’고 했다”고 주장했었다. 실제 문체부 1급 공무원 6명은 2014년 10월 일괄 사표를 냈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앞서 문체부 공무원들을 길들이기 위해 군기를 잡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은 지난 7일 국회 청문회에서 “2014년 6∼7월 최씨의 지시를 받고 김 전 실장을 공관에서 만났다. 그 자리에 김 전 차관도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검팀은 이런 정황을 종합해볼 때 박근혜 대통령이 최씨의 민원을 김 전 실장을 통해 김 전 차관에게 전달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최씨를 모르고 연락도 한 적 없다는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김 전 실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입건했지만 별다른 소득 없이 관련 의혹을 특검에 인계했다. 박 특검은 앞서 “(수사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김 전 실장이다. 그분의 논리가 보통이 아니다”고 평가했었다. 특검팀은 우선 김 전 차관 조사 내용 및 김 전 실장의 지시사항이 적힌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 등을 토대로 혐의 입증에 주력할 계획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김기춘 본격 수사 대비 ‘기반 다지기’
입력 2016-12-26 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