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파 혁신 vs 인명진號 쇄신… ‘보수 적통’ 경쟁

입력 2016-12-26 04:08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 내정자(앞쪽)와 정우택 원내대표가 25일 기자회견을 열기 위해 여의도 당사에 들어서고 있다. 구성찬 기자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이번 주 결별한다. 대선 전 ‘진짜 보수의 적자(嫡子)’를 가리는 가치전쟁의 서막이다. 분당파들은 임시 당명에 ‘개혁’을 넣을 만큼 보수 혁신에 방점을 두고 정강·정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인명진 비대위’ 출범을 통한 인적 쇄신에 기대를 걸고 보수 세력 재규합을 노리고 있다.

양 진영 모두 이제 첫발을 떼는 것이지만 벌써부터 ‘적은 내부에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수신당은 당 정체성을 놓고 김무성 전 대표나 유승민 의원 등 여권 잠룡 간 이견 조율이 숙제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이나 친박(친박근혜)계와의 관계 설정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보수신당은 28일 오전 정강·정책 성안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해 구체적인 얼개를 확정할 방침이다. 유 의원은 최근 신당에서 ‘안보 우클릭’ ‘민생·경제 좌클릭’을 시도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해 원내교섭단체 대표 연설과 특강 등에서 언급한 ‘나누면서 커가는 따뜻한 공동체’ ‘공화주의’ 등의 가치를 중시하고 있다.

신당에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 다른 대권 주자들도 합류할 의사를 나타냈다. 정강·정책에 유 의원 입장만 대폭 반영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보수신당의 한 중진 의원은 “신당은 대권 주자들이 모두 모여 경쟁할 수 있는 운동장이 돼야 한다”며 “정강·정책이 선명성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개헌 등을 고리로 한 정계개편 견해도 각기 다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나 국민의당 안철수 전 공동대표까지 모두 끌어안아야 한다는 입장, 보수 정체성과 맞지 않는 인물까지 무조건 연대하는 건 불가하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유 의원은 25일 지역구 사무실에서 당원들에게 “권력구조에 민감한 정치권에서 개헌론을 제기하고 있지만 대선 전 개헌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반 총장에 대해서는 “신당에 참여하고 있는 몇몇 분들이 연락을 주고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반 총장이 새누리당으로 갈 일은 없다. 신당으로 꼭 모셔서 대선에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 전 시장 등 원외 인사들은 오후 국회에서 신당창당준비위와 간담회를 개최한 뒤 기자들과 만나 “원외 당협위원장 37명이 신당에 합류키로 했다. 다음 달 5일 1차로 집단 탈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29일 전국위원회를 열고 인명진 비대위원장 추인을 시도한다. 인 비대위원장 내정자는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당 윤리위원회를 원상회복하는 것이 중요한 일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 징계에 대해서도 “윤리위에서 독자적으로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윤리위 정상화를 통해 당의 도덕성을 회복하고 ‘인적 청산’ 문제를 다루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인 내정자는 야권의 비판에 대해서는 “야당도 새누리당만큼이나 한가롭지 못하다. 선의의 충고도 지나치면 실례”라고 했다. 영남권의 한 의원은 “박 대통령에 대한 건전한 비판은 괜찮지만 선을 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을 완전히 버릴 경우 주류 친박계나 핵심 지지층의 반발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