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양정웅씨, 평창 올림픽 개·폐막식 총연출

입력 2016-12-25 19:06 수정 2016-12-25 21:28

연극 연출가 양정웅(48)씨와 고선웅(48)씨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과 동계패럴림픽 개·폐막식 총연출로 각각 결정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평창조직위원회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양씨는 지난 8월 말 디자이너 정구호씨가 사퇴한 후 공석이었던 동계올림픽 개·폐막식 총연출로 최근 확정됐다. 고씨는 지난 9월 말 동계패럴림픽 개·폐막식 총연출로 확정된 상태다. 평창조직위는 내년 초 이 같은 내용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양씨와 고씨 모두 현재 한국 연극계에서 손꼽히는 연출가다. 각각 극단 여행자와 극공작소 마방진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온 것은 물론 다양한 극장과 단체에서 작업하는 동안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을 보여준 바 있다.

양씨는 한국 연극계에서 의상·음악·무대미술이 결합된 감각적인 미장센과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가장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셰익스피어를 전통미학으로 풀어내 해외에서 자주 초청받았다. 대표작 ‘한여름 밤의 꿈’은 2006년과 2012년 각각 한국 연극 최초로 권위 있는 런던 바비칸 센터와 글로브 극장에 초청받은 바 있다.

고씨는 현재 한국 공연계가 가장 사랑하는 극작가 겸 연출가로 불린다. 빠르지만 리듬감 있는 화술과 생기 넘치는 에너지, 다소 과장된 움직임은 고씨의 트레이드마크로 꼽힌다. 최근 고씨는 연극, 뮤지컬, 창극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손대는 작품마다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연극 ‘푸르른 날에’ ‘조씨고아’와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는 연극계 각종 상을 휩쓸기도 했다.

앞서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막식 총연출과 관련해 문체부와 평창조직위는 갈등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난타’로 유명한 송승환씨가 총감독으로 선임된 후 총연출 선정 과정에서 문체부 입김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문체부는 지난 10월 송씨가 제출한 연출진 대신 뮤지컬 음악감독 박칼린씨를 총연출로 임명했다. 박씨가 밝혀지지 않은 이유로 3개월 만에 그만둔 뒤엔 지난 1월 정구호씨를 임명했다. 정씨의 경우 사퇴 과정에서 송 총감독과의 불화설이 제기되는가 하면 개·폐막식 기획안 아이디어 기여도 및 업무 성실도와 관련해 관계자들마다 서로 주장이 모두 달라 논란이 일기도 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동계올림픽 개·폐막식 총연출을 결정하는 문제는 기본적으로 평창조직위의 권한”이라면서 “평창조직위가 문체부와 협의를 거치긴 했지만 양정웅씨를 총연출로 임명하는 것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다”고 밝혔다.

평창조직위 관계자는 “양씨의 경우 한국 연극계에서 전통의 재해석과 비주얼에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는 점에서 동계올림픽 개·폐막식에 적합하다고 본다”면서 “양씨는 송 총감독 및 음악·미술·안무 등 10여개 분야별 감독단과 소통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 게다가 앞으로 평창 개·폐막식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