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전날인 24일에도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 크리스마스이브를 함께 보내려는 가족과 연인들이 광장에 모여 축제 분위기 속에서 촛불을 밝혔다. 빨간색 산타 모자를 쓰거나 붉은색 목도리를 두룬 참가자들도 많았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24일 열린 ‘끝까지 간다! 박근혜 즉각 퇴진·조기 탄핵·적폐 청산 9차 범국민행동의 날’(9차 주말 촛불집회)에 전국적으로 70만1800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 60만명이 모였다. 경찰은 광화문 일대 3만6000명을 비롯해 전국에서 5만3000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경기도 일산에서 온 심민도(53)·최선옥(52)씨 부부는 산타 모자를 같이 쓰고 참석했다. 심씨는 “성탄절 전날이라고 해도 집회에 안 나올 수가 없었다. 이곳에 나와 힘을 보태야 나중에 후회할 일이 없을 것 같았다”고 했다. 최씨도 “성탄절을 광장에서 맞이하는 게 생각보다 괜찮다. 행진을 마치고 주최 측이 준비한 ‘하야 크리스마스’ 공연까지 보고 돌아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여자친구와 함께 광장에 온 홍원기(34)씨도 “성탄절을 맞이하기에 오히려 광화문 광장이 가장 적절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분위기가 무겁지 않고 성탄절 분위기가 나서 만족스럽다”고 했다.
분위기는 한결 가벼웠지만 구호는 분명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즉각 퇴진 조기 탄핵” “헌재는 탄핵하라” “황교안도 공범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참가자들은 오후 5시 시작된 본집회를 마친 뒤 오후 6시30분쯤부터 청와대, 삼청동 총리공관, 헌법재판소 방향으로 행진했다. 지난 17일 총리공관으로 향했던 세월호 유가족들은 이날 헌법재판소로 향했다. 헌법재판소 앞에 모인 시민들은 뽕망치를 내려치며 탄핵안 인용을 선포하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오후 7시50분쯤 행진 대열은 대부분 광화문 광장으로 돌아왔다. 광화문 광장에서 ‘하야 크리스마스’ 콘서트가 열렸다. 광장에는 캐럴이 울려 퍼졌고,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자유롭게 광장을 오가며 성탄절 분위기를 만끽했다. 시민들이 무대에 올라 캐럴 가사를 ‘하야’나 ‘탄핵’ 등으로 바꾸어 부르는 행사도 열렸다.
퇴진행동은 오는 31일 박근혜 대통령을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송박영신(送朴迎新)’의 의미를 담아 대규모의 촛불 집회를 기획하고 있다. 매년 31일에는 보신각 타종 행사 등으로 수많은 인파가 도심에 몰리기 때문에 역대 최대 규모의 집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24일까지 촛불 집회 참가자는 누적 895만명을 기록했는데, 31일에 이르면 누적 참가자가 1000만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퇴진행동은 다음달을 ‘국민대토론의 달’로 정하고 한 달 동안 생활 속에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을 하자고 제안했다. 퇴진행동은 토론 결과를 토대로 ‘100대 촛불 요구’ 등을 정리해 광장 민주주의를 생활 속 민주주의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박사모 등 52개 보수단체가 연합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도 이날 오후 4시부터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누가 누가 잘하나’ 집회를 열었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억지 탄핵 원천 무효” 등의 구호를 외치며 대통령 탄핵을 반대했다. 주최 측은 100만명이 모였다고 밝혔지만 경찰은 1만5000명 정도 참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하야 크리스마스!… 성탄 전야 촛불 ‘축제 분위기’
입력 2016-12-25 17: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