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특급 공격수 이재영, 수비도 특급

입력 2016-12-26 00:05
흥국생명의 이재영이 지난 11월 4일 열린 IBK기업은행과의 경기에서 리시브를 하고 있다. KOVO 제공

흥국생명 레프트 이재영(20)은 스포츠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이주형 씨는 육상(투해머), 어머니 김경희 씨는 배구 국가대표 출신이다. 이재영은 쌍둥이 동생 이다영(현대건설)과 함께 초등학교 3학년 때 배구를 시작했다. 아버지를 닮아 어깨가 넓고 힘이 좋았던 이재영은 공격수가 됐고, 성격이 야무졌던 이다영은 세터가 됐다.

2014-2015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은 이재영은 화끈한 공격력으로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한 가지 약점이 있었다. 바로 수비 불안이었다. 특히 리시브가 약했다. 이재영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상대의 서브 집중 타깃이 됐다. 한국의 8강전 탈락이 자기 때문이라고 자책한 이재영은 귀국 후 리시브를 집중 연마했다. 땀은 배신하지 않았다. 리시브가 한층 안정된 이재영은 공격과 수비 모두 뛰어난 특급 선수로 진화하고 있다.

이재영은 이번 시즌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5일 현재 15경기에서 세트당 리시브 4.02개, 수비(리시브+디그) 8.04개를 기록, 모두 선두를 달리고 있다. 세트당 리시브가 2014-2015 시즌 2.65개, 지난 시즌 3.48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발전이다.

타비 러브와 함께 흥국생명의 ‘쌍포’로 활약하고 있는 이재영은 여전히 목적타 서브(리시브가 약한 선수나 상대 주 공격수에게 집중적으로 서브를 넣는 것)에 시달리고 있다. 이재영의 리시브 시도는 한국도로공사전(지난 7일)에서 40개, KGC 인삼공사전(10일)에서 27개, 현대건설전(16일)에서 44개, IBK기업은행전(21일)에서 24개, GS칼텍스전(24일)에서 15개에 달했다. 리시브에 자신감이 붙은 이재영은 세터 머리 위로 정확하게 볼을 띄워 공격의 활로를 열고 있다.

이재영은 본업인 공격에서도 제 몫을 해내고 있다. 249득점을 올려 이 부문에서 6위에 올라 있다. 국내 선수들 중에선 1위다. 공격성공률은 38.53%를 기록, 7위에 랭크됐다. 오픈과 퀵오픈, 시간차 등 주요 공격 지표에서도 모두 상위권이다. 이재영이 공격과 수비에서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낸 덕분에 흥국생명은 11승4패(승점 32)를 기록, 1위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이재영은 지난 24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 홈경기에서 10득점(공격 점유율 18.75%)으로 주춤했다. 하지만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에이스는 수치로 나오는 득점보다 어느 순간에 점수를 올리는지가 중요하다”며 “이재영은 점수가 많이 안 나오더라도 중요한 때엔 득점이 나온다. 에이스로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흥국생명은 내년 1월 4일 현대건설전까지 경기가 없다. 최근 지친 기색을 보이는 이재영으로서는 푹 쉬며 체력을 충전할 기회다.

한편 25일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남자부 경기에선 OK저축은행이 삼성화재를 세트 스코어 3대 2로 꺾고 8연패에서 벗어났다. 삼성화재는 4연패에 빠졌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