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삼성 이상민 감독(왼쪽 사진)과 서울 SK 문경은 감독(오른쪽 사진)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프로농구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 출신 사령탑이다. 하지만 올해 정 반대의 행보를 겪고 있다. 이 감독이 승승장구하며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낸 반면 문 감독은 어느 때 보다 추운 겨울을 겪고 있다.
이 감독과 문 감독은 1990년대 초중반 한솥밥을 먹으며 연세대 전성기를 이끌었다. 당시 이들의 인기는 요즘 아이돌 스타를 능가했다. 수많은 오빠부대를 몰고 다녔고, 경기는 대부분 매진됐다. 이 감독은 역대 최고의 포인트가드로써 경기 운용 능력이 뛰어났다. 문 감독은 장거리 슛이 일품이었다. 이 감독은 2002년부터 2010년까지 9년 연속 KBL 올스타 팬투표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 문 감독이 보유 중인 통산 3점슛 1669개는 누구도 넘어설 수 없는 대기록이다. 곱상한 외모를 가진 이 감독이 ‘영원한 오빠’라고 불렸고, 뛰어난 슈터였던 문 감독은 ‘람보 슈터’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먼저 사령탑에 오른 사람은 1년 선배인 문 감독이었다. 문 감독은 처음 지휘봉을 잡은 2012-2013시즌에 팀을 정규리그 1위로 올려놓았다. 당시 모래알 조직력이었던 SK의 체질을 확 바꿔 강팀으로 만들었다. 문 감독은 다음 시즌에도 3위를 차지하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이 감독은 2014년 사령탑에 올랐다. 그것도 문 감독의 SK와 서울 라이벌인 삼성 감독에 선임됐다. 하지만 혹독한 감독 데뷔 시즌이었다. 처참한 경기력으로 팀이 꼴찌에 머물렀다. 라이벌이었던 문 감독이 지휘하는 SK가 3위에 올라 아픔이 더했다. 항상 정상에 있었던 이 감독의 자존심에도 생채기가 났다. 이 감독은 당시 상황에 대해 “내가 팀을 잘못 이끌고 있는 것 아니냐는 자책이 심했다. 감독 자리를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닌지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부터 상황이 역전되기 시작했다. 삼성은 6위에 오르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반면 SK는 9위로 떨어졌다. 그리고 올 시즌 완전히 이 감독 쪽으로 기울었다. 이 감독은 자신의 주특기를 살려 삼성을 가드 왕국으로 만들며 팀을 단숨에 강팀으로 올려놓았다. 선두권에서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반면 문 감독은 선수들의 잇단 부상으로 한숨을 쉬고 있다. 외국인 선수 두 명을 모두 교체하는 강수까지 뒀지만 경기력이 여전히 오르지 않고 있다.
두 감독은 크리스마스인 25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맞대결을 벌였다. 삼성이 71대 66으로 승리하며 이 감독이 활짝 웃었다. 이 감독은 이날 승리로 17승6패를 거두며 단독 선두로 뛰어 올랐다. 반면 문 감독이 이끄는 SK는 6연패에 빠지며 7승16패를 마크, 9위로 추락했다. 시즌 첫 만원 관중 앞에서 역전패를 당한 SK는 충격이 더욱 컸다.
문 감독은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10여점 차로 이기고 있다가 역전패를 당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성탄절 맞아 팬들도 많이 오셔서 연패에서 탈출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며 “1쿼터를 준비한대로 잘 풀었는데 3∼4쿼터 실책이 몰려나오며 상대에게 역습을 제공해 주도권을 넘겨준 게 아쉽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공격이 흔들려 어려운 경기를 했지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활짝 웃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프로농구] 펄펄 나는 ‘오빠’-쩔쩔 매는 ‘람보’
입력 2016-12-26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