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말해주는 사자성어로 ‘군주민수(君舟民水)’가 꼽혔다. 임금은 배이고 백성은 물이니,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 4년 전 국민의 선택을 받아 출범한 박근혜정부가 촛불민심에 좌초하게 된 상황과 잘 들어맞는다. 백성을 거스르는 임금은 있을 수 없다는 뜻의 이 말은 통치자의 자세를 논한 순자(苟子) 왕제(王制)편에 실려 있다. 우리나라 헌법 제1조 2항과도 상통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여러 차례 헌법이 개정됐지만 누구도 손대지 못했던 이 조항은 박정희정부 시절 딱 한 번 수정됐다. 유신헌법에서 ‘국민은 그 대표자나 국민투표에 의하여 주권을 행사한다’로 바뀌었다가 정권의 비극적 말로와 함께 원상회복됐다. 한 세대가 지나 ‘1조 2항’을 소홀히 한 정권이 다시 등장하고 군주민수를 말해야 한다는 사실은 뼈아프나 우리는 이를 확고한 국민주권과 새로운 정치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내년에 다음 지도자를 뽑는 선거가 있다. 이미 대선주자들은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촛불의 물결을 기회로 여기는 모습도 감지된다. 군주민수는 다음 정권을 맡겠다는 이들이 더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물은 배를 뒤집기도 하기에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성공해서 물러나기가 훨씬 어렵다. 국민에게 선택을 청하기 전에 그것이 얼마나 엄중한 계약인지 다시 숙고하기 바란다. 박 대통령의 실패는 주권을 위임받은 대리인일 뿐임을 망각한 데서 비롯됐다. 국민을 무서워하는 자세, 그것이 변치 않을 자신이 없다면 포기하는 게 옳다.
지난해 사자성어는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로 인해 도리가 행해지지 않는다는 ‘혼용무도(昏庸無道)’였다. 2014년 ‘지록위마(指鹿爲馬)’, 2013년 ‘도행역시(倒行逆施)’도 권력자의 실정을 꼬집었다. 이런 사자성어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내년 선거에서 국민이 치열한 검증에 나서야 한다.
[사설] 君舟民水, 대선주자들이 새겨들어야
입력 2016-12-25 18:54